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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Sep 09. 2020

부(富)의 신(神)을 만들어낸 인간의 욕심

2020.08.10


부(富)의 신(神)을 만들어낸 인간의 욕심     




 오늘날 philosophy는 철학이라고 불리는 학문이다. 초기에는 인간의 행동과 자연현상 등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원리를 연구하다보니 종교와 신앙을 비롯해 자연과학까지 다루었다. 중세이후에 종교와 과학이 빠져나오며 의미가 축소됐지만 특성상 개념, 현상에 대한 의미와 정의를 내리는 학문여서 서로의 주장이 맞서는 논쟁이 많았다. 그중에는 돈도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상주의자였던 스승 플라톤과 달리 상대적인 현실주의자였다. 수많은 학자들의 주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부를 두 가지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오이코노미쿠스(oikonomicus)’라는 것인데 열심히 일해서 얻는 정당한 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도시국가였던 당시의 공동체를 위해 재화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으로 알려진 단어다. 집과 가정이라는 의미의 ‘oikos’와 법과 다스림을 의미하는 ‘nomi’를 합친 단어로 집을 잘 관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처럼 행복추구권은 누구나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공동체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적절한 보수를 받아 얻은 풍족함에 만족하는 부(富)다. 두 번째인 ‘크레마티스틱스(Chrematistics)’는 재화의 축적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제한이 없다보니까 끝이 없는 탐욕으로 그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적인 이득을 영업행위까지 하며 과도하게 취하는 부(富)를 말한다. 오이코노미쿠스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정당하게 관리되는데 비해 크레마티스틱스는 끝없는 개인의 욕심과 탐욕을 추구하면서 인간의 사회적인 타락까지 연결된다. 그런 내용이 그리스신화에도 나온다. 




 그리스 신화는 신들이 등장해 만들어가는 이야기책으로 한번쯤은 관심 있게 읽거나 들어는 봤을 법하다. 제우스와 그의 아내 헤라를 비롯해 다양한 신들이 등장한다. 읽다보면 인간들과 너무나도 비슷한 행동들과 심리를 볼 수 있다. 신들의 이야기라는 전제를 갖고 있지만 실제는 인간의 심리를 담고 있다는 게 주된 평가다.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한 신들 중에 부를 관장하며 금과 은을 비롯한 각종 보화같이 부의 상징물을 다스리는 돈의 신 즉, 부의 신도 있다. 




 ‘보이지 않는 자’ 라는 뜻을 가진 제우스의 형제 하데스는 땅속에 있는 죽은 사람들과 그들이 사는 사후세계를 다스리는 신이다. 땅속을 지배하면서 가급적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고 은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키네에’라는 투구를 쓰면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보니 땅속에 들어있는 보석이나 금과 은 같은 보화와 기름진 땅을 상징한다. 농업이 중심이던 고대에서 모든 재화의 근원인 땅을 다스리는 신이었기 때문에 부를 관장하는 신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리스를 이었다고 말하는 로마신화에서는 ‘부를 준다.’, ‘넉넉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플루투스(plutus)’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부의 중요성에 비해 신화에서 출연하는 장면은 적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신화에서 플루투스는 눈이 먼 장님이다. 그래서 착한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두에게 부를 나눠준다. 나쁜 사람들이 착한사람의 부를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도 장님인 플루투스는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가끔 돈을 보고 ‘눈먼 돈’이라는 말을 한다. 눈먼 돈들은 정직하고 착한사람보다 놀면서 자기이익을 위해 나쁜 일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흘러간다. 그러다가 플루투스가 시력을 되찾기도 하는데 이때 선악을 가려 부를 다시 분배하지만 시력을 또 잃게 되어 세상의 부는 나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이런 신화는 우리가 사는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다. 눈이 먼 자신을 감추는 플루투스의 모습과 돈의 속성은 달라 보이지 않는다. 돈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모였다가 나눠질 뿐이다.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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