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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Apr 12. 2022

종이 불곰 러시아를 위한 칵테일 그리고 보드카

소련을 바라보던 제 3의 눈 나치와 러시아를 바라보는 제 3의 눈 ? ?

종이 불곰 러시아를 위한 칵테일 그리고 보드카






 MI-6소속으로 살인면허를 가지고 있는 영화 속 007은 ‘보드카 마티니’를 주로 젓지 않고 흔들어서 (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마신다. 물론 협찬회사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다른 술을 마시기도 한다.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첩보전을 모티브로 쓰였던 소설에서 나오는 보드카 마티니와는 달리 마실 수 없지만 핀란드와 소련의 실제전쟁에서 무기로 사용되며 유명세를 떨친 칵테일이 있다. 바로 몰로토프 칵테일(Molotov Cocktail)이다.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39년 8월 23일에 히틀러와 스탈린은 상호불가침조약을 맺는다. 

몰로토프-비멘트로프 조약으로도 불리는 이 조약은 공식적인 조약 내용들 이외에도 북유럽과 동유럽에 대해 서쪽은 히틀러가 동쪽은 스탈린이 차지하기로 하는 비밀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스탈린은 히틀러가 폴란드의 서쪽에서 밀고 오는 동안 폴란드의 동부를 점령했다. 인접한 밭트3국에 압력을 행사해서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주둔권을 얻은 뒤 병력을 배치했다.






 소련의 다음목표는 핀란드였다. 소련은 독일과 불가침조약을 맺기 전인 1935년에 핀란드와 맺었던 불가침조약을 무시하고 1939년 11월 30일 새벽에 47만여 명으로 이루어진 육군병력과 탱크로 국경을 넘어 핀란드의 마지노선인 만네르하임선으로 향했다. 몇 시간 뒤에는 에스토니아에 배치되어 있던 소련의 폭격기들이 이륙해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을 향해 날아갔다. 목표에 접근한 소련의 폭격기들은 공습에 나서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투하해 민간인들의 피해가 많았다. 이때 소련군이 폭격에 사용한 폭탄은 큰 폭탄 안에 작은 폭탄들이 들어있는 소이탄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에 더 큰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비난 여론이 커지자 소련의 외무장관이던 몰로토프는 소련의 국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소련의 공군기들이 핀란드에 투하한 것은 폭탄이 아니라 굶주리는 핀란드 사람들에게 빵을 투하한 인도적인 일이었다고 선전한다. 이러한 변명에 핀란드군은 소련군에 저항하기 위해 만든 화염병을 몰로토프의 이름을 붙여 몰로토프 칵테일이라고 부르며 소련에게서 받은 빵에 대한 보답으로 칵테일을 주는 상호교류를 시작하게 된다.






 핀란드 내에서 술을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국영기업인 알코(Alko)에서 만든 45만여 개의 몰로토프 칵테일과 민간에서 만들어진 10만여 개는 대전차 무기가 없던 핀란드군이 소련군 전차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몰로토프 칵테일 공격은 후미가 약했던 소련군 전차에게는 직격탄이었다. 많은 피해를 입어 화가 난 소련군이 칵테일을 담는데 사용했던 유리병에 대한 앙갚음으로 핀란드의 유리병 공장을 폭파해 버릴 정도였다. 






 초기에 승기를 잡으려고 전력을 다했던 소련은 거칠고 빈약한 핀란드의 도로망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너무 빠른 진군으로 스웨덴 국경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승리를 자신했던 소련군은 햇빛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침엽수림과 진흙으로 뒤덮인 늪이 많은 핀란드의 지형으로 인해 겨울이었음에도 소련군의 전차는 맥을 못 추고 있었다. 핀란드의 지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소련군의 지상공격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핀란드군의 몰로토프 칵테일의 세례를 받는 덕분에 소련군의 전차는 피해가 갈수록 커졌고 스키부대의 게릴라식 전투로 인해 소련육군의 전투피로도는 점차 증가했다. 소련과 핀란드는 서로에게 빵(?)과 칵테일(?)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전투가 계속되면서 핀란드는 군수물자가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스탈린도 추가병력을 증원했음에도 전선에 별다른 변화가 없자 봄이 와 땅이 녹기 전인 1940년 3월 6일에 서둘러 평화협정을 맺는다. 






 이러한 핀란드의 예상 밖의 선전은 세계 2차 대전의 향방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된다. 소련과 핀란드간의 전쟁 상황을 조용히 관전하던 히틀러는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소련을 거대한 불곰이라 생각하고 양면전쟁을 막기 위해 폴란드를 침공하기 직전에 스탈린과 불가침 조약을 맺고 영토까지 분할해줬었다. 그런데 막상 소련의 몫으로 남겨둔 핀란드를 상대하는 것을 지켜보며 ‘종이불곰’이라고 생각한 히틀러는 소련침공을 결심한다. 






 히틀러 입장에서 문제는 서부전선에서 프랑스를 점령했지만 잉글랜드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결심을 실행함으로 인해 히틀러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최근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벌어진 러시아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작금의 상황은 러시아가 또 한 번 종이불곰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전투지원이 쉽지 않다보니 굶주린 러시아 병사들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고 있다. 핀란드 침공 때만하더라도 전차연료가 없으면 보드카를 넣고 달린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병사들에게 보드카를 제공했었지만 지금은 어떨까?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은 오히려 질서가 지켜지고 있는 반면 러시아의 군인들은 폭도나 할 수 있는 저급한 약탈은 하고 있다. 그것도 먹거리와 보드카를 훔치고 있다. 러시아산 보드카마저 지급하지 못하는 러시아군의 보급체계는 이미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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