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의 부

by 필립일세

이베리아의 부






석기시대를 지나 청동기시대가 오자 구리는 정말 중요한 자원으로 등극했다. 생필품을 만드는데 쓰일 뿐만 아니라 침략을 막아내거나 침략하는데 사용되는 무기를 만들 때 구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BC 1만5천년경의 크로마뇽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비롯해 다양한 동굴벽화에서 알 수 있듯이 기후적으로도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기에 좋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BC10세기경 페니키아의 식민지가 건설된 이후로 BC6세기에 그리스와 카르타고가 경쟁적으로 각자의 식민도시를 건설하면서 지중해 교역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때부터 동은 무기 외에도 화폐를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그리스내의 폴리스들은 은화를 주로 사용했지만 지중해무역에서는 은과 구리가 많이 섞인 동화가 주로 사용되었다.






1차 포에니 전쟁에서 시칠리아 전선에서의 분투로 카르타고의 명장으로 떠오른 하밀카르 바르카(Hamilcar Barca)는 카르타고의 국력을 회복하기 위해 방법을 찾다가 광산이 많았던 이베리아로 건너온다. 해안가를 정복하여 근거지를 확보한 그는 원주민들을 포섭해 큰 저항없이 내륙으로 진출해 광산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교역을 위해 해안가에 세운 식민도시에 자신의 가문이름인 바르카의 이름을 붙였는데 그곳이 오늘날 바르셀로나(Barcelona)로 알려진 도시다. 카탈루냐의 중심도시이자 부산처럼 스페인 제2의 도시이고 제일 큰 항구도시다.






이베리아에 확고한 세력을 구축한 바르카 가문이 새로운 포에니 전쟁을 일으키는 기반이 될 정도로 이베리아에는 물자가 풍부했다. 이후 포에니 전쟁에서 패한 카르타고가 로마에 멸망하면서 히스파니아라는 속주에 속하게 된 이베리아 반도는 이미 개발된 여러 해상 도시들의 활발한 교역과 새로운 거점도시들이 개발되면서 로마의 주요 지역으로 성장하게 된다. 지역의 중요도가 커지고 살기에 알맞은 기후로 인해 많은 로마시민이 히스파니아로 이주하였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수도가 있던 이탈리아반도와 동등한 대우를 받았는데 로마제국에서 오현제시대를 이끌며 최초의 속주출신 황제로 알려져 있는 트라야누스 황제와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배출되기도 한다. 이후 로마가 쇠퇴하면서 게르만의 일족인 서코트의 지배가 시작되지만 종교적인 갈등과 왕위계승으로 생긴 갈등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711년 우마이야(Umayya)가 새로운 이베이라의 지배자가 된다. 이후 여러 이슬람왕조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1492년에 레콩키스타(Reconquista, 재정복)로 그라나다가 망할 때까지 780여 년간 이슬람 지배를 받게 된다.






이 시기동안 이베리아는 알 안달루스(Al- Andalus)라고 불리게 된다. 종교적인 지배로 인해 많은 부분에 제약이 있던 봉건적인 다른 유럽국가와는 달리 통일된 이슬람국가의 지배를 오래도록 받았던 이베리아반도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가 받아들이며 성장하게 된다. 이슬람의 국제도시였던 바그다드나 다마스쿠스 못지않게 번성했던 중심도시 코르도바는 인구가 50만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이곳에는 유럽보다 앞서있던 그리스철학 연구를 위해 학자와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60여만 권이었다고 알려진 장서의 규모로 당시에 얼마나 많은 부(富)가 코르도바에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번영은 이 지역을 통치하던 알라흐만 1세의 통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유일신을 섬기던 이슬람 세력이었지만 정복 지역에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탄압하지 않았다.






비교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했다. 사람들이 종교로 대립하지 않게 했고 인종 갈등을 만들지 않았다. 인재등용을 위해 당시 많이 거주하던 유대인을 비롯해 이슬람교인이 아니더라도 행정과 경제 분야에 진출할 수 있었고 학문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알라흐만 1세의 통치 철학은 관용과 화합, 공존을 뜻하는 '콘비벤시아(Convivencia)'라 불린다. 아메리카에 엄청난 식민지를 가질 수 있었던 저력의 바탕에 기독교보다 이슬람 철학이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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