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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May 15. 2022

술의 적정 온도는 얼마인가?

술마다 적정 온도가 다르다. 

차갑게 마시는 술. 이유가 있다.    





 

 우리가 술을 주로 마시는 장소는 음식점이다. 언젠가부터 음식점에서 주는 소주가 주류박스에서 꺼내 주는 게 아니라 앞 유리가 투명해서 냉장고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를 알 수 있는 업소용 냉장고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같은 증류주로 여기는 위스키와 브랜디 같은 술을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꺼내 주는 예는 없다. 가정집에서도 수납장에 두거나 상온에서 보관하지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마시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왜 술을 차가운 냉장실에 두었다가 마시는 걸까? 그 이유중의 하나는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은 상태를 말하는 탄산. 바로 탄산이 이유다. 






 비어는 탄산을 가지고 있는 술이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은 상태를 말하는 탄산은 상온보다는 저온에서 액체에 더 잘 녹는다. 그렇다 보니 저온 냉장에 보관하는 비어일수록 마실 때 입안과 목 넘김에서 느낄 수 있는 탄산감이 강해진다. 탄산이 들어있는 와인인 샴페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두 종류의 술은 용량과 모양의 차이는 있지만 술을 마시는 동안 잔에서 움직이는 탄산의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를 누리기 위해 긴 잔을 사용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또 다른 이유는 막걸리는 완전히 발효를 마친 상태에서 유통되기도 하지만 제조사가 유통시간을 줄이기 위해 발효가 진행되는 상태에서 술을 유통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간에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탄산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병뚜껑 안쪽의 나선모양을 중간 중간을 끊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발효를 담당하는 효모는 우리 인간과 비슷해서 너무 추우면 움츠리고 일을 잘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가운 온도에서 보관하면 술의 발효작용이 줄어들게 된다. 병 안의 술이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도 그만큼 줄어들면서 술병이 폭발하는 경우도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발효주인 막걸리도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소주다. 소주는 저온을 찾는 이유가 있는 비어처럼 탄산도 없고 막걸리처럼 발효도 하지 않는 증류주다. 증류주는 술에 열을 가해서 만들어낸 술이기 때문에 발효를 담당하는 효모가 이미 죽어 없다. 그래서 발효가 없어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산도 없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식당이나 가정에서 소주를 냉장실에 두었다가 꺼내먹는다. 원래 소주를 냉장실에 두고 마시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소주박스채로 놓고 상온에서 보관해 마셨는데 1982년 통금이 풀리면서 많은 사람들은 술을 마셨고 더 많은 술을 마시기 위해 소주도 서서히 냉장실로 들어간다. 






 반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는 이유도 있다. 술은 긴장된 상태로 있던 신경을 이완시켜 주며 편안함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편안함을 갖기보다는 직장의 위계질서와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것을 사명으로 술자리에 참석하다보니 더 많은 술을 마시기 위해 긴장상태를 유지해야한다. 결국 술에 취해 이완되는 현상을 막아 정신을 유지해 술을 마시는 자리를 유지하면서 더 마시기 위해 차가운 상태의 술을 마시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차가운 냉기는 무엇보다 향을 맡는데 방해요소다. 고급술일수록 알코올보다는 향을 마신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술의 향으로 술의 격(格)이 결정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술은 차게 마시다 보니 주류제조회사들이 향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실리를 찾게 된다. 그래서 향이 거의 없는 주정에 여러 가지 조미료로 맛을 내서 판매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국민이 깨어있어 표를 제대로 행사해야 정치인이 올바르게 하듯이 소비자가 깨어있어야 제조자가 제품을 제대로 만든다. 우리나라 술이 맛없다는 말로 술 제조회사들에 대한  비난보다 건설적인 비판으로 주격(酒格)을 올릴 수 있도록 소비자도 기본은 알아야한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한 활동규제가 백신에 의해 곧 풀릴 수 있다. 사람들은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많은 모임과 술자리를 가질 것이다. 제조사의 실리를 위해 소비자가 희생할 의무는 없다. 고정관념을 깨고 편안함을 누려라. 여러분이 가질 자리를 빛내줄 술은 차가운 술만 있는 게 아니다. 차가운 술과 미지근한 술, 따뜻한 술. 모두 여러분이 즐겨야할 술이다.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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