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정판매(주)와 소주
일반적으로 ‘주정’이라고 하면 평상시와는 달리 술에 취해서 아무렇게나 하는 행동이나 떠벌리는 말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전문적인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주정은 순도 높은 알코올을 가리키는 또 다른 의미로도 사용된다. 주정(酒酊)과 주정(酒精)의 차이다. 주정(酒酊)은 말 그대로 술에 취해서하는 행동이지만 주정(酒精, 이하 발효주정)은 사람이 주정(酒酊)을 하게 만드는 술을 만들 때 쓰이는 높은 도수의 에틸알코올 원액이다.
주정에는 합성주정과 발효주정으로 나뉘는데 합성주정은 석유나 석탄에서 얻을 수 있는 에틸렌과 물을 통해 생산한 것을 말한다. 우리가 안주와 함께 마시는 소주를 만들 때 사용되는 것은 발효주정이다. 식사할 때 사용되는 쌀보리, 보리, 쌀, 밀, 수수와 같은 곡류와 고구마, 감자, 타피오카 같은 서류에 있는 전분질을 당화시켜서 얻은 당화액체나 당질 원료인 사탕수수, 사탕무, 당밀 같은 당질의 원료에 효모를 이용하여 발효(Fermentation)라는 것을 시킨다.
발효과정에서 알코올이 생산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알코올발효라고 한다. 일반적인 자연에서 알코올발효를 하여 얻을 수 있는 알코올도수가 5~18%정도인데 환경여건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알코올을 생산하는 효모의 생육환경을 최적화시켰을 때 알코올발효가 21%까지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발효를 통해서 얻은 알코올(이하 발효알코올)로 높은 알코올도수의 발효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알코올도수 5~21%인 알코올과 물의 화합물상태인 발효알코올(술)을 증류기에 넣고 열을 가하여 ‘증류(蒸溜, Distillation)’라는 과정을 거치게 한다. 이는 물의 끓는 점(약 100℃)과 알코올의 끓는 점(약 78.4℃)의 차이를 활용한 것이다. 이때 증류 단이 1개일 때는 단식증류(pot still)라 하고 증류 단이 여러 개가 있을 때에는 다단식증류기(continuous still)라고 하는데 다단식의 경우 계속 증류가 일어나다 보니 연속식 증류기라고 번역해서 부르고 있다.
연속식증류기는 특성상 여러 개의 단이 쌓아올려져 있다. 특정온도에서 구할 수 있는 물질을 얻기 위해 쌓아올린 단수만큼 여러 차례 정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류과정을 거치면서 에틸알코올은 계속 농축된다. 단식증류기보다는 연속식증류기를 사용했을 때 농도를 좀 더 높이는 농축을 할 수 있고 100%에 가까운 순수한 에틸알코올을 얻게 된다.
발효로 얻은 알코올을 증류로 농축시킨 것을 발효주정이라 한다. 통상 순수한 알코올을 의미하는 주정의 알코올도수는 주세법에서는 85%이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생산되는 발효주정의 일반적인 알코올도수는 95%다.
주정은 각종 화장품을 비롯해 식품의 멸균을 위한 소독제, 세제, 손에 바라는 소독제 등 생활에 필요한 도구부터 여러 종류의 의약품이나 연구용자재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음료용으로 사용되는 소주에 가장 많이 사용되다 보니 주정하면 주로 술을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 필요한 주정을 생산하거나 수출하기 위해 기존에는 창해에탄올, 진로발효, 일산실업, 서영주정, 풍국주정공업, MH에탄올, 한국알코올산업, 롯데칠성음료, 서안주정, 하이트진로에탄올 10개회사가 주정을 생산해 왔다. 하이트진로에탄올이 2016년 창해에탄올에 인수되면서 현재는 9개의 회사가 주정을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발효주정 수급을 통제하기 위해 1972년 11월 대한주정판매(주)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주정과 관련된 정책을 조율할 때 국세청과 한국주류산업협회도 관여를 하고 있지만 대한주정판매가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발효주정과 판매되는 발효주정의 모든 것을 중간단계에서 조절하는 컨트롤타워(가온머리)다. 대한주정판매가 정부의 지분이 많은 공기업은 아니다. 대한주정판매(주) 주주의 거의 대부분은 주정을 만드는 회사들이다. 주주의 지분율은 1년간 생산하는 주정의 전체생산량에서 각 회사가 차지하는 비율과 거의 비슷하게 나눠져 있다.
주정생산업체에서 만들어진 주정은 모두 대한주정판매로 판매된다. 생산되는 모든 주정을 사들인 대한주정판매는 주정을 이용해서 소주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무학, 금복주, 보해양조, 더맥키스컴퍼니, 대선주조, 충북소주, 한라산, 제주소주 10개사에 기존 소주판매 점유율에 맞춰 주정을 판매한다. 주정을 구입한 소주생산업체들은 자신들의 회사에서 생산되는 소주의 알코올도수에 맞게 물과 주정을 섞어서 제품을 만드는데 이때 옅어진 맛을 살리기 위해 넣는 것이 바로 첨가물이다. 여기에서 주된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감미료다.
각 회사가 제품으로 생산하는 녹색 병의 소주에는 주정과 물, 각종 첨가물이 섞여 있다.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첨가물에는 인공감미료가 있는데 이중에는 안정성 논란으로 꽤 오랜 파란을 겪은 사카린을 비롯해서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이나 수크랄로스 등 화학적인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감미료가 들어가면서 화학주라는 오명을 썼던 과거가 있다. 최근에는 이외에도 과당, 스테비올배당체나 효소처리 스테비아, 토마틴처럼 천연감미료를 사용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
물론 이런 성분들을 사용하는데 있어 안정성은 국가 기관에서 검증되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다만 마시는 술의 양이 많을 때에는 이런 성분들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체질에 따라 과민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과음으로 인해 이런 것들이 체내에 많이 들어가는 경우 여러 다양한 증상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지는 않다. 일부 감미료의 경우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과 아스파트산과 소량의 메탄올로 분해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체내로 흡수되는 양은 매우 적다. 야채와 과일로 흡수하는 양보다도 낮고 흡수되어도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우리의 몸에 급격한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지만 과음을 해서 좋은 것은 없기에 과음은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