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도 찾아온 검찰 출신 꽂기
전문성이 필요한 다양한 공직을 검사 출신에게 주로 기회를 부여하던 윤석열 정부의 검사 편향성은 임기 초기부터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 정점은 검사 출신의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되면서 극에 치달았다. 전문성보다는 검사 출신 인사를 금융감독원의 수장 자리에 세워 금융권의 ‘기강 잡기’와 ‘줄 세우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검사 출신의 행정부 수반이 자신과 손발이 맞는 인사들을 임명해 정부의 역할을 잘해주고 좋은 성과를 낸다면 검사 출신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새로운 시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문제는 금융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거다.
지난 2022년 연초 러시아는 주변 국가는 물론 전 세계의 우려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을 감행했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의 불안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었고 이를 핑계로 대 던 Fed는 2022년 내내 FOMC를 통해 금리를 인상해왔다.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을 계속 단행하다 보니 USA를 제외한 세계 경제는 급변했고 환율은 요동을 쳤다. 불안한 금융환경속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지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김진태 사태가 채권시장에의 불안은 물론 정부에 대한 신용에 상처를 만들었다. 이런 불안한 금융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수장을 검찰에서 금융권을 사정(司正)만 하던 검찰 출신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금융 관련 주요 현안을 다뤄야 할 중요한 시점에서 보다 많은 경험을 가진 인사가 임명돼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국제금융 시류를 잘 이겨낼 수 있을지 아직도 의문이다.
지난 3월에 알려진 국민연금의 80조 원 손실은 금융과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을 불러오기 충분했다. 물론 지난해의 손실을 올 초에 어느 정도 복구하기는 했지만 국민의 불안이 가시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에서 기금을 운용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신설해 운영 중인 ‘기금운영위원회’의 상근 전문위원에 검찰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금융회계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상법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인사가 어떤 전문성을 보여줄지 의문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것일까? 필자는 그가 보유한 ‘법률가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가진 전문성이 ‘제자리’를 찾았느냐는 것이다. 숫자보다 문자가 익숙할 법률가가 숫자로 성과를 보여야 하는 국민연금에서 과연 자신의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위원회는 3명의 상근 전문위원을 두고 있는데 그중 1명 자리에 금융권의 경험이 전혀 없는 검찰 출신의 변호사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비리 여부가 아니라 전문성에 대한 인사 검증은 제대로 된 것일까?’, ‘공정거래위원회로 보냈어야 할 전문성을 국민연금공단으로 잘못 보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필자의 머리에서만 맴도는 것은 아닐 거 같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퇴직금이다. 대한민국이 G10을 넘어 G7~9 사이를 오가는 것은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보다 은행에 저축하던 국민. 나라에 세금을 내고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했던 다수의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민이 개개인의 노후를 위해 나라를 믿고 낸 퇴직금이 바로 국민연금이다. 그렇기에 국민연금을 ‘이런 식으로 운영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정부는 못하는 것일까?
자리를 준다고 덥석 무는 전문위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걸어왔던 법률가로서 전문성을 뒤로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열정은 국민의 퇴직금이 아니라 자신의 취미생활에 쏟았어야 했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예‧적금으로 운용되지 않는다. 자리에 대해서 심사숙고를 했어야 한다. 스스로가 오늘날의 금융환경의 혼란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자문(自問)해 봤어야 한다. 다룰지 모르는 총기를 아이에게 쥐어주면서 그 아이가 방아쇠를 당겨 인명을 죽였을 때 아이를 살인자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다시는 오지 않을 공직의 기회를 잡는 것이 당장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도움이 되겠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국민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맡아서는 안되는 자리였다.
정부의 모든 정책적인 행위가 법에 기반을 두고 진행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관료가 법률가일 필요는 없다. 국민연금에는 참여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법률가보다는 금융이나 회계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정부의 금융과 재정의 모든 부서에는 딱딱한 고시 출신의 행정가, 상법 전문가가 즐비하다. 이미 가득한 법률전문가를 굳이 국민연금의 운영에까지 참여시킬 필요가 있겠는가? 전(全) 정부의 주요 요직에 검찰 출신을 꽂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국민의 노후마저 위협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국민에게 닥친 위기가 북한 공산당이 아닌 대한민국 검찰로부터 시작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