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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n 30. 2023

축구 국대 감독보다 국민연금 관리자 연봉이 높아야한다?

축구의 승리는 순간이지만 연금은 영원하다 

국가대표 축구 감독과 국민연금 관리자     




 우리의 삶은 '순간'보다는 꽤 긴 시간이 오래 지속된다. 

 그렇기에 찰나의 환희와 기쁨을 위해 투자하기보다는 일상을 위해 투자해야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하 2002년 월드컵)을 치르게 된 우리나라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축구협회와 정부가 여러 가지 준비를 하였다. 특히 역대 개최국 중에서 개최국의 선수단이 16강을 탈락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16강에 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이 축구협회가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여러 선택지 중에서 외국인이던 거스 히딩크가 대한민국의 축구 국가대표(이하 국대) 감독으로 선택된다. 






 평가전에서 얻은 ‘오대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뒤로하고 치러진 2002년 월드컵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월드컵 4강’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아시아 축구 역사상 가장 높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공동개최국이었던 일본도 16강에 들어 아시아의 체면을 차릴 수 있었지만 우리 국대만큼 성공적이지 못해 많은 비교를 당했다. ‘미션 임파서블’을 이뤄낸 그의 활약 덕분에 우리나라 국대감독 자리를 외국인에게 주는 것에 대한 반감은 더 이상 없어졌다. 오히려 한국인이 국대감독으로 선임되면 불안한 시선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2010년에 있었던 남아공 월드컵에서 허정무 감독이 일궈낸 원정 16강의 결과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파울루 벤투라는 외국인 감독을 통해 또 한 번 16강을 이뤄냈다. 






 그들의 급여는 얼마나 될까? 2002년 월드컵에서 국대를 이끈 히딩크 감독이 당시 100만 달러에 계약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벤투 감독에게는 연봉(130만~200만 유로)외에도 통역과 집, 자동차가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월드컵 국대 감독 중에서 11번째였다고 한다. ‘독(毒)이 든 성배(聖杯)’로 불린다고 알려진 우리나라 국대 감독에 도이치 국대 선수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이 간택되었다. 그가 받을 연봉은 벤투보다 같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커서일까? 국민적 기대가 커서일까? 막대한 연봉을 주고 외국인 축구 국대 감독을 고용하는 것은 기대가 크기에 가능하다.






 축구의 매력이 무엇일지 여러분은 생각해보았는가? 필자의 생각은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 사용되는 장비가 거의 없다는 점, 손을 제외한 모든 몸을 사용해 보여주는 테크닉과 거침없는 드리블 & 현란한 발기술, 패스와 킥 능력, 전투 못지않은 다양하게 전술과 공간사용, 팀 웍, 그리고 이어지는 골과 세레머니, 그걸 보는 팬들의 환호와 오르가즘이 주는 짜릿함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뛰는 선수와 지켜보는 팬의 열정을 모두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우리의 노후가 축구보다 가치가 없을까? 좀 더 자세히 말해 보자. 축구 경기에 열광하는 국민의 노후가 축구보다 못할까? 국민연금의 고갈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자주 언급되는 요즘 우리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 이런 의문을 가져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정부와 축구협회는 한 순간의 짜릿함을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그런데 우리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얼마나 지불하고 있을까? 






 축구 국대 감독격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하 CIO)의 연봉은 2012년 2억 7천 127만 원, 2015년 2억 8천 320만 원으로 올랐다. 물론 CIO 외에 다른 운용역들의 연봉도 올랐다. 다만 이것이 적정했는지를 봐야 한다. 2014년 기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CIO는 약 21억 4천 2백만 원, 네덜란드 연기금 자산운용(APG)의 CIO는 약 9억 1천 6백만 원, 노르웨이 투자관리청(NBIM)의 CIO는 6억4천 6백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2022년을 기준으로 CPPIB의 CIO는 약 39억 원의 연봉을 받은 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CIO는 약 3억원선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러한 연봉의 차이는 수익률로 직결된다. 






 지난 10여 년의 운용을 통해 발생한 수익률의 연평균은 캐나다 약 10%, 노르웨이 약 6.7%, 네덜란드 약 5.1%으로 알려졌고 우리나라는 4.7%다. 보수적인 운용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5.7%다. 이들의 차이는 연봉뿐만 아니라 연금 운용에서도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운용에 관료나 정치인 같은 비전문가가 개입할 수 없게 되어있다. 단기수익에 연연해하지 않고 장기투자와 높은 수익을 위해 독립성을 보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 검찰 출신의 변호사가 전문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논란이 있었던 현실과도 사뭇 다르다. 






 일부 정치인과 혹자는 말한다. 국민의 노후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공적인 사명을 가진 이들이 너무 과도한 연봉을 받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심지어는 대통령과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무원의 연봉과도 비교해가며 이들이 받는 연봉에 대해 많다는 지적을 한다. 또 일부 금융권관계자들마저도 공적영역에 일할 때만큼이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논리를 말한다. 그런 자(者)들에게 묻고 싶다. 언제까지 그런 전체주의적이고 공산주의적인 사고로 전문가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야 하는가?를 말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정당한 과세 납부의 의무’가 있듯이 ‘성과가 있는 곳에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금에 필요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우수한 운용인력이 앞다퉈 떠나는 국민연금이 아닌 운용하려고 우수한 운용인력이 앞다퉈 달려드는 국민연금으로 만들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상황을 만드려면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자리가 우수한 인재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에게 보여지는 여러 보상과 혜택이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한순간의 기쁨을 위해 축구 국대감독에게 1년에 지급하는 연봉이 약 10억~20억 원인데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주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자들의 연봉은 더 줘야하지 않겠는가? 이들의 연봉이 충분히 인상되고 업무가 매력적이면 축구의 사례처럼 해외에서 우수한 성과가 입증된 인력을 영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좋은 수익률로 국민의 노후를 안정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야 그 정도의 연봉은  그 값을 충분히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정책과 입법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다. 언제까지 국민에게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으라고 권할 셈인가?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매력적인 국민연금을 만드는데 노력해야한다.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어있음에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정치권에서는 연금에 대한 개혁을 말한다. 언론에서도 매년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가 담긴 기사를 다루고 있다. 그에 대한 대책은 ‘더 내고 덜 받는’ 거 외에 수익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을 운영한다는 정치인들의 꼬라지면서 수준이다. 대선 때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철수한 정치인은 더 내고 덜 받고 그나마도 늦게 받자고 주장을 했다. 아마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도 그런 주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작 국민이 원하는 수익률을 책임지고 높일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책임지기 싫기 때문이다. 손쉽게 더 내야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런 말은 앵무새도 한다. 앵무새처럼 반복된 읊조림만 있을 거라면 왜 정치라는 것이 있는가? 이는 정치인의 수준이 낮아서다. 세상은 더하기 빼기를 하던 시대가 아니다. 곱셈 나눗셈을 넘어 함수와 미분 적분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돈을 더내고 덜받는 단순함으로 국민을 현혹해서야 되겠는가? 국민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런 정치인들은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도움이될 것이다. 






 많은 국민이 노후를 국민연금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국민연금 관리자에 외국인을 영입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다. 외국에서 헤지펀드나 전설적인 투자가들에게 국대감독에 비해 비슷한 연봉을 맞춰준다면 전세계에서 한국의 국민연금을 운용하려고 많은 이력서가 도착할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의 특성상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잉 일반적이지만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운용이 지지부진한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 정부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지방으로 옮긴 것부터가 문제였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금융권이다. 국민연금을 운영할 정도의 경험을 가진 대부분의 운영자는 40초 중반에서 50대 중반이다. 자신의 가정을 이루었다면 아이들이 한참 사춘기를 겪으며 중‧고등학교를 다닐 시기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자녀의 진학을 위해 서울에서 움직이지도 않을 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교통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물리적으로 전주와 서울은 먼 거리다. 이런 여건에서 양질의 국민연금관리자가 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언론에서 업무량에 대한 말을 언급하지만 자신의 가치가 드높아지고 그에 대한 결과까지 좋게 나온다면 누가 그 자리를 가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국민연금의 자금운영은 서울에서 할 수 있도록 모든 제반 조건을 갖추거나 계속 지방에서 공단을 두고 운영을 할 거라면 어떻게든 외국인 운영자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지구의 환경을 위해 구성원인 전 나라가 참여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운영되도록 하는데 구성원인 전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감 떨어질 때까지 입 벌리고 누워있는 짓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정부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이 안 된 듯하다. 물론 국대가 외국팀과의 경기에서 거두는 1승도 중요하다. 국민의 에너지를 위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것은 축구가 국민의 지갑까지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국대의 1승의 환희보다 국민연금 1%의 수익률’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머리와 가슴에 각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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