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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n 28. 2023

무엇을 위해 예금 보호 한도를 바꾸려는가?

무엇을 위해 예금 보호 한도를 바꾸려는가?     






 최근 SVB사태로 예금보호와 관련하여 원금과 이자에 대해 5천만 원까지 보전되는 우리나라의 ‘예금자보호법’의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찬반이 있기에 어떤 점들을 살펴봐야 할지 짚어보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5천만 원 이하의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된다는 것을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어 보호되고 있는 예금은 전체계좌의 98.1%라고 한다. 이 비율 안에는 퇴직연금의 DC형과 IRP계좌에 있는 예치금도 포함된 수치다. NH, 우리, KB 같은 상업은행(이하 은행)에 예금한 전체 예금의 97.8%, 생명보험회사(이하 생보사)의 94.7%, 손해보험회사(이하 손보사)의 99.5%, 금융투자회사(이하 증권사)의 99.7%, 종합금융회사(이하 종금사)의 94.6%, 상호저축은행(이하 저축은행)의 96.7%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맡겨진 거의 대부분의 예금 계좌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내‧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걸 의미한다.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되는 예금을 ‘부보 예금’이라고 한다. 금융회사의 숫자와 부보 예금 액수는 2021년 말 기준으로 284개 사에 약 2,754조 원의 부보 예금이 있었는데 2022년 9월 기준으로는 287개 사에 약 2,843조 원으로 금융회사의 수와 부보 예금액 모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숫자는 예금자가 자산을 지키려고 노력만 한다면 위험을 충분히 분산시키면서 예금을 보호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국회에서는 2001년 1월 이후로 예금 보호 한도가 22년째 유지된 것에 대해 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국민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추측을 할 수 있다. 







 예금자가 맡긴 예금 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공사)는 금융회사에게 예금보험을 가입하도록 의무화했고 이에 대한 보험료를 매년 납부하도록 했다. 예금 잔액을 기준으로 은행은 0.08%, 생보사, 손보사, 증권사, 종금사는 0.15%, 저축은행은 0.4%를 납부하고 있다. 여기에 모든 금융기관은 특별기여금을 0.1%씩 추가로 낸다.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조합)은 보험료 없이 특별기여금만 0.05%를 내게 되어있다. 금융회사는 이런 비용에 대한 부담을 홀로 감당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예금자보호제도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예금가입자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특성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자율에 따라 예금금리를 사업비형식을 빌려 깎는 방법으로 예금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담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예금 보호 한도가 커지면 예금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우려는 1998년 4월에 출범한 예금보험기금(이하 예보기금)의 특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 생보사, 손보사, 증권사, 종금사, 저축은행, 신협조합 등으로부터 받는 예보기금을 각각 7개 계정으로 나눠서 운용하는 중이다. 2003년부터 각 기관에서 받는 출연금과 특별기여금, 보험료 등을 적립하여 운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중에서 저축은행의 계정만 유일하게 손실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 6월 말 기준으로 예보기금 중 누적적자가 1조 506억 원이던 저축은행 계정은 2008년 2조 843억 원, 2010년 2조 8,282억 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었다. 이런 와중에도 예보기금의 전체규모는 2007년 8월 말을 기준으로 총 2조 5,623억 원을 유지했고 2021년 말 기준으로 예보기금의 전체규모는 18조 5, 423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늘어나는 예금 규모와 정비례까지는 아니어도 예금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해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늘어났다. 






 이 중 은행이 10조 9,422억 원, 생보사 5조 4,663억 원, 손보사 1조 6,885억 원, 증권사 4,094억 원 등으로 대부분의 계정이 위기 상황을 대비해 기금을 유지하는 데 반해 저축은행 계정은 1조 7,556억 원의 손실이다. 저축은행 계정은 이런 환경에서 예금자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거나 다른 계정에서 빌려와 대응하고 있다. 그 외에 농협의 예보기금은 4조 7,469억 원, 새마을금고는 1조 9,323억 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부터 필자의 뇌피셜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예금 보호의 상한선이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라간다고 가정했을 때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필자가 볼 때 시중의 은행 금리와 저축은행의 금리 그리고 가입자들의 심리를 감안하면 은행에서 안전성이 높아진 저축은행으로 움직이는 자금이 더 많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높다고 생각된다. 지금의 예보기금 보험료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움직이는 돈들은 은행(0.08%)보다 5배나 많은 저축은행(0.4%)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에게 제안하는 예금금리는 이미 자신들이 납부한 보험료까지 반영된 금리다. 결국 저축은행이 부담해야할 예보기금의 저축은행 계정 적자를 예금을 가입하는 금융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이다. 그것도 드러나지 않도록 은밀하게 말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98.1%의 예금이 안전하다는 것은 98.1%의 국민이 가입한 예금은 안전하고 1.9%의 국민이 가입한 예금은 안전하지 못하다는 게 아니다. 안전하다는 98.1%의 기준은 계좌의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전체 예금 계좌(개수) 중에서 98.1%의 계좌는 5천만 원 이하이어서 안전하고 1.9%에 해당하는 계좌는 5천만 원 이상이어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거다.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천만 원까지만 보호되는 기준이 한 개 금융회사마다 적용되는 기준이다 보니 예금주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금융회사에 각각 5천만 원이 조금 안 되도록 예금에 가입해서 이자를 받는 사례가 많다. 이런 비율로 따진다면 1.9%보다 훨씬 더 적은 수의 예금주가 여러 금융회사에 예금 계좌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실을 증명하듯 김희곤(국민의 힘)의원 자료에 의하면 계좌당 5천만 원을 초과한 1.9%의 계좌에서 보유한 금액은 전체예금 가입액의 65.7%(22년 6월 기준)라고 한다. 반면 예금자보호를 받는 5천만 원 이하인  98.1%의 계좌가 보유한 금액은 전체예금 가입액의 34.3%라는 거다. 4~5년마다 이뤄지는 예금의 보험료와 관련된 조항을 검토하는 정부 당국이 보험료율을 현행대로 유지하지 않고 올라간 예금 보호 한도처럼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결국 소수를 위해 다수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물론 국회가 선의(善意)를 가지고 국민을 위해 예금 보호 한도를 늘리려는 모습이지만 진행되는 상황이 필자의 뇌피셜처럼 흘러간다면 결과적으로 나오는 결과 값은 상당히 불순해진다. 예금 보호 한도가 올라가면 금융회사들의 보험료 부담에 대한 논의도 시작될 것이고 여기에 따라 금융회사의 부담이 올라가면 이는 다시 예금에 가입하는 금융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금융기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조용히 하고 오로지 예금가입자의 예금 보호 한도가 늘어나니 좋다는 한쪽만을 강조하는 건 성급하다고 볼 수도 있다. 거기에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발생하는 이익)’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은행과 저축은행 특성상 대출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예금자보호법(1995년 12월 29일 제정, 1996년 6월 1일 시행)은 45회, 동법 시행령(1996년 5월 28일 제정, 1996년 6월 1일 시행)은 35회의 개정을 거치면서 2백여 개가 넘는 금융회사를 이용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보험료율의 검토 결과를 8월까지 내놔야 하는 정부 당국과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이 이런 현실을 몰랐다면 이번을 스스로 탐구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금융소비자인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알리고 의견을 구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하고 당선된 국회와 정치권이 금융권을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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