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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l 09. 2023

술을 약주로 만드는 것도 독주로 만드는 것도 당신 몫

술을 약주로 만드는 것도 독주로 만드는 것도 술잔을 든 당신이다.     






 약주(藥酒). 말 그대로 약(藥)으로 사용하는 술(酒)이다. 언제부터 사용된 용어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조선시대의 술 문화의 특성상 집에서 술을 빚다 보니 집안의 유전병을 고치기 위해 장복했던 술을 약주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다. 다른 하나는 조선시대에 가장 강력한 금주령을 내렸던 영조시기 군인을 위한 호궤, 농민을 위한 농주, 병자를 위한 약주는 금주령에서 제외하다 보니 술을 마시다 걸렸을 때 죄를 받지 않으려고 마시던 술을 약주라고 했다는 설이다. 어떤 것이 맞든 술이 약으로 쓰였다는 사실은 당시의 교집합(중론)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쓰여진 의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동의보감에서도 약을 사용할 때 술을 같이 복용하면 약에 따라 효과를 좀 더 빠르게 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음식과 관련된 고문헌에 담긴 양주나 조주와 관련되어 전해지는 술은 단순히 쌀이나 곡식으로 빚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약초를 넣어 발효시킨 술에 대한 내용이 많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인삼을 비롯해서 당귀나 도라지, 구기자, 지황, 황기, 지초와 같은 약초 말이다. 이런 약초는 앞서 언급한 대로 집안에서 이어져 오는 질병을 고치거나 다스리기 위해 장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알코올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기 문종의 상(喪)을 치르다가 쓰러진 어린 단종에게 나이 든 노신들이 병문환으로 찾아와 소주와 타락죽을 먹고 기운을 차리라고 말하는 내용이 실록에 기록되기도 한다. 이렇듯 술은 약을 구하기 어렵던 백성들에게 아플 때 그나마 사용할 수 있었던 좋은 약이었다. 이런 술의 쓰임새가 동양만의 모습은 아니었다. 






 잉글랜드에는 종교갈등으로 인해 신교를 믿던 네덜란드의 오렌지 공과 그의 군대를 불러들여 구교를 믿던 자신들의 왕을 몰아낸 역사가 있다. 이때 네덜란드에서 잉글랜드로 건너온 것은 두 가지가 있었다. 은행제도와 런던의 술로 잘 알려진 진(Gin)이었다. 진의 인기는 당시 너무나도 높았기에 순식간에 알코올 중독을 일으키는 사회적인 요인이 된다. 그 정도가 너무나도 심각했던 나머지 당시 잉글랜드에서는 사회적으로도 아편중독에 대한 문제보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더 심각하게 취급했다. 상대적으로 덜 위험했던 아편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지면서 갓난아이에게 먹이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서 이뇨제 등으로 사용되었던 진(Gin)은 네덜란드 외에도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등지에서 여러 가지 질병에 치료 용도로 사용되었다. 






 진의 용도는 잉글랜드에서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그 외에 대륙에서 있었던 뱅쇼와 다양한 약재와 허브가 들어있는 예거 마이스터 같은 술은 서양의 대표적인 약주로 언급할 수 있는 술이다.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의 ‘아쿠아 비테’로부터 파급된 우스케바하(위스키), 오드비, 보드카 모두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그들의 시작은 일종의 약주라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술은 동‧서양 모두에서 약주로 추앙받았었다. 시간이 흘러 시대가 변했다. 오늘날 술은 언론계, 의료계, 학계를 통해 질병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부각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술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보았을 때 약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는 아직도 충분히 남아있다. 과음만 피한다면 말이다. 약주일지 독주일지는 술잔을 든 당신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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