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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n 27. 2023

주식이 최초로 탄생하는 순간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주식이 탄생하다.

주식이 최초로 탄생하는 순간




 

 오늘날 자산증식을 위해 일반화된 주식투자는 주식회사가 발행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주식회사를 알아야 한다는 거다. 주식회사의 기원은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다. 16세기 말부터 시작된 유럽의 팽창으로 당시 유럽의 여러 나라는 강대국이 되기 위해 너도나도 대양으로 나가려 했다. 특히 예전부터 무역을 통해 들여온 향신료를 비롯한 값비싼 재화가 동방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던 상인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인도와 동남아, 중국 등으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콜롬버스같은 탐험가는 에스파냐의 지원으로 신대륙을 발견했다. 이후 많은 이들이 강대국의 왕실이나 유력한 귀족 같은 상류층에게서 재정적인 도움을 얻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려고 했다. 네덜란드는 부족한 자금을 국민에게서 투자를 받았다. 






 그렇게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VOC)가 탄생했다. 국민에게 투자를 받으려고 계획을 세우지만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었다. 투자자가 적을 때는 괜찮았지만 투자자 수가 많으면 수익 배분 자체가 불가능했다. 투자금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일일이 계산해서 수익금을 나눠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는 투자하는 사람이나 투자를 받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점이었다. 기존과는 다른 수익 배분 방식이 필요했다. 






 동인도 회사는 투자자에게 투자금에 대한 소유를 증명할 수 있는 증서를 발행하기로 한다. 그리고 증서를 가진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해 주기로 한다. 인류가 만든 또 하나의 발명품이 세상에 첫발을 디디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 실물을 소유하던 개념에서 주식이라는 지분을 가지고 지분의 수량만큼 회사를 소유하게 된 것이었다. 주식은 약속증권 형태로 발급되었다. 즉 회사가 수익을 내면 그에 대한 배당은 증서를 가진 사람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을 약속한 것이다. 시기에 맞춰 주식을 가진 사람이 동인도 회사로 가면 배당을 받을 수 있었기에 동인도 회사의 주식은 배당만큼의 값어치가 매겨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아프리카를 돌아야 하는 오랜 항해와 파도를 이겨내야 했기에 성공이 불투명했던 동인도 회사의 상선은 향신료를 비롯한 동방의 여러 재화를 가지고 돌아와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다. 그리고 동인도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에게 큰 배당을 안겼다. 이런 소식은 금세 사람들 사이에 퍼졌고 동인도 회사의 인기가 치솟는데 한몫했다. 뒤늦게라도 동인도 회사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동인도 회사의 주식의 가치는 상승했다. 서로 가지려고 하다 보니 동인도 회사의 주식가격이 올랐다. 이와 반대로 기존에 주식을 보유했던 사람들 중에는 급하게 필요한 돈으로 인해 주식을 팔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수요와 공급이 만나자 주식을 거래하는 사례가 생겼다.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공정하고 원활하게 이뤄지기를 원하는 필요성이 대두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만들어진다. 동인도 회사는 흩어져 있던 자본의 역량을 한곳으로 집중한 뒤 시스템화 시켜 해당 분야의 산업을 키운 성공사례로 일컬어진다. 이에 대한 투자와 수익은 물론 투자위험을 분산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던 성공사례다. 성공적인 항해로 얻는 수익은 배를 소유한 선주가 누렸지만 실패한 항해의 손해도 선주의 몫이었다. 이를 투자한 지분에 맞게 주식을 나눠가지면서 투자자가 많을수록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를 떠난 여러 상선(10척) 중에 소수의 상선(3척)이 돌아오더라도 투자자들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주식회사의 이런 효율성으로 인해 파산 위험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자 많은 사업의 형태가 동인도 회사처럼 주식회사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는 증권거래소에서 보다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었고 자본이 암스테르담으로 모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업의 성공은 한 사람만의 이익으로 그치지 않고 참여한 사람들이 같이 누리는 공동의 것이었다.






 기존의 무역은 소수의 투자자가 모여 자본을 모은 뒤에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으면 각각 배분하고 청산하기를 반복했었다. 그에 반해 동인도 회사는 투자자에게 배당을 약속했기에 자본의 유출을 막을 수 있었고 무역에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돈이 필요해 동인도 회사의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배당을 받으려는 누군가가 동인도 회사의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상선이 지속해서 오갔고 꾸준한 거래가 가능했기에 상관도 설치해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소규모 자본으로는 불가능했던 것이 자본의 집중화를 거치면서 그 크기까지 커졌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하였다. 역량의 집중이라는 것은 결국 성장을 가져왔다. 그 밑바탕에는 성장의 결과를 공정하게 배분한다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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