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자본 유출이 낳은 침체
57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현대차. 그중에 반도 안 되는 20만 개. 단 20만 개의 일자리에 지급되는 급여는 승수효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두 개의 광역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GDP를 창출할 수 있다. 문제는 57만여 개의 일자리가 국내가 아닌 오로지 USA에만 만들어졌다는 거다.
그 주역은 현대차그룹이다. 그런데 USA에 일자리를 만들어준 것은 현대차뿐일까? 삼성과 SK, LG, 효성, 한화 등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업이 USA에 일자리를 만들어주었다. 현대차 한곳에서만 창출한 일자리가 57만여 개이니 나머지 기업가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USA에 만들어 준 것일까? 이런 것들이 모여 국내 경기는 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오랫동안 유보자금을 가지고 있던 대기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에 투자를 유보하던 대기업은 USA의 기업이 아님에도 리쇼어링에 동참하며 그들을 살찌우는데 동참하고 있다. 재벌이라는 군집에 속하는 대기업이 우리나라가 아닌 USA에 자본을 가져가서 쏟아붓는 거다. 우리는 성장동력이 감소하면서 경기순환의 속도가 줄어들고 가계의 실소득(또는 가처분소득)까지 줄어들면서 소비가 줄면서 도심지의 1층 상권에 공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자본의 순환 속도뿐만 아니라 그 규모까지 점점 감소하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은 그동안 삼성과 현대, 선경 럭키금성 등의 재벌에게 사랑이라는 특혜를 주었다. 정부는 국내기업이 만든 제품의 기술적인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1978년 ‘수입자유화조치’가 시행되기 전까지 통관절차를 복잡하게 하거나 관세를 이용해 수입품의 판매가가 높게 책정되도록 유도하여 국민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품을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국산품 사용이 애국인 것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런 국민의 도움으로 꾸준히 제품을 생산하면서 기술력도 성장했다.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기술력은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일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기업의 성장에는 결국 믿고 사용해준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있다. 국민은 저축을 통해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했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에는 꾸준한 자본유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해외에서 유입한 차관 못지않게 꾸준히 자본을 공급해 줄 유입처가 필요했다. 그런데 나라가 작기에 정부가 국채를 찍어내도 소화하기 힘들었다. 정부는 라디오와 대한 늬우스 등을 통해 국민에게 저축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했다. 이때 국민이 은행에 모아준 저축으로 재벌들은 필요할 때 마음 놓고 대출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기업이 해외로 수출을 많이 할수록 국위를 선양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주었다. 필자는 이런 이미지 일부에 동의한다. 실제 대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로 가계의 소득이 만들어졌고 이런 것들이 유기적인 작용을 하여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라는 세계적인 경제 대국을 이루어낸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재벌집단에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들이 거둔 성과 바탕에는 국민적 희생이 동반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기업의 성장이 낙수효과로 이어져 가계의 성장으로 이어질 거라는 정치인의 거짓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기업의 그릇이 더 커졌기에 낙수로 이어지기에는 더 큰 물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경제 규모가 커진 상태에서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은 홀로 성장하지 않았다. 국민의 가계가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집단도 없다. 그런데 기업은 자신을 도왔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상생보다는 자신만 살기 위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며 자신만의 성장을 위해 비용 절감이라는 핑계로 국내 일자리는 줄이고 있다. 현지화라는 핑계로 해외에 생산시설을 확충하며 국민의 삶은 ‘나 몰랑’하고 있다. 수출조차 어려웠던 시절 국내에서 꾸준히 구매해준 덕분에 자본을 구축했던 기업은 이제 자신의 출신조차 부정하고 신분 세탁을 위해 노랑물을 들이며 현지화하려 한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나라 USA는 오랫동안 자신들의 구축한 시스템인 ‘빚(신용)’에 의한 잔치로 세계 패권을 유지하였으나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정책적인 방향을 바꾸고 다시 체력을 키우고자 다른 나라의 고혈을 빼앗고 있다. 한때 고금리를 통해 자본을 빨아들이면서 글로벌 유동성을 악화시켜 경제적으로 약한 고리에 있던 나라들이 IMF의 긴급 지원을 받도록 유도하고 그 나라의 경제와 금융에 관한 정책을 좌우하면서 손아귀에 넣었다.
동시에 ‘리쇼어링’이라는 정책으로 해외에 진출했던 자국 기업이 USA 본토로 다시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여기에 편승해 국적 세탁을 하고 있다. 이를 눈감아 주고 있는 정부, 이들이 주고받는 밀실에서의 합의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우리 국민. 우리는 지금이라도 나라 경제와 우리를 위해서라도 무조건적인 애국주의는 피해야 한다. 우리의 소비 권리를 통해 우리나라 성장에 기여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