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패턴의 반복이다.
수나라가 보인 과욕, 거위를 가른 욕심, USA가 보인 강탈
고구려 때문에 망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고구려를 정복하려던 전쟁을 지나치게 치르던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는 수나라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 결국 중국을 통일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려고 했던 수나라의 멸망을 재촉하게 된다. 역사적인 생존이 짧았던 수나라는 생각보다 부유했다. 이런 부(富)를 기반으로 운하라는 역사를 사상 최초로 시도한 거다. 거기에 수나라가 보유했던 군대는 강력했다. 그 강력함은 혼란스러운 중국에 안정을 가져왔을 정도였다. 통일을 위해 치룬 여러 나라와의 전투에서도 승리하였고 각종 반란을 제압할 정도로 용병술도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수나라는 말 그대로 개국과 동시에 부국강병을 이룬 상태였었다.
그런 부와 군대를 가졌던 게 문제였다. 수나라는 문제(文帝)의 고구려정벌이 실패로 끝났을 때 멈추었어야 했으나 가졌던 게 너무 많았기에 멈추지 못했다. 고구려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뒤를 이은 양제(煬帝)는 수나라 중심의 천하관을 확립하기 위해 독자적인 천하관을 유지하던 고구려를 정벌하려고 세 차례나 시도한다. 천하의 중심이 되고자 했던 북방 민족이 세운 수(隋)나라는 주변 나라를 제압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자신감이 과도했다. 이를 이루려던 욕심은 안목을 가렸다. 결국 과욕은 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허세를 낳았고 고구려침공으로 국력을 낭비하도록 했다. 지방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중앙집권 세력은 결국 멸망한다.
기원전 6세기경에 그리스에 살았다고 알려진 아이소포스가 지은 ‘황금알은 낳는 거위’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한 농부가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웠다. 농부는 거위가 낳은 황금알을 팔아서 부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형편이 나아지는 것에 만족했으나 점차 욕심이 났다. 농부는 황금알이 거위의 배 안에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위의 배를 가르면 더 많은 황금알을 얻어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농부는 더 큰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어느 날 거위를 잡아 배를 가르게 된다. 그런데 그 안에는 농부가 예상한 거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거위를 죽였기에 앞으로도 계속 얻을 수 있었던 황금알을 더 이상 얻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농부의 욕심이 만들어낸 참사였다. 농부는 뒤늦게 후회를 했으나 소용없었다. 이미 거위는 죽었고 더 이상 황금알을 얻을 수 없었다. 농부는 다시 또 가난해졌다. 이런 일이 오늘날에도 벌어지고 있다.
USA는 다른 나라에게 자신의 나라에 투자를 하라며 강요하고 있다. 동시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도 강요한다. 다른 나라에게서 받은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USA다. 투자에서 이익이 발생하게 되면 수익의 90%는 자신이 가지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투자를 강요받는 나라들은 트럼프가 올리겠다는 관세를 피하려고 억지스러운 조건을 대부분 합의해 주었다. 문제는 USA가 지금 당장 현금을 투자하라는 거다. 막대한 양의 현금을 USA에 투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외환보유고에 대한 문제의 대처방안 중의 하나인 통화스와프를 요구하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외환보유고와 통화스와프의 필요성
대한민국은 원래 알 낳는 것도 힘겨운 나라였다. 그런데 꾸준한 노력과 성장을 통해 오늘날 황금알을 낳은 거위와 비슷한 지위에 오른 나라가 되었다. 그동안 쌓아 올린 경제적, 문화적인 저력은 세계인이 대한민국을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알려지다 보니 뺏어 먹을 게 있을까 해서 USA라는 파리가 날아들었다. 그런 인식으로 우리에게 접근을 하다 보니 억지로 팔을 비틀려가며 내놓으라고 요구했던 돈이 3,500억 달러(약 490조 원)다. 2025년 7월을 기준으로 우리가 가진 외환보유액은 4,113억 3천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USA가 원하는 대로 해줬을 경우 우리에게 남게 되는 외환보유고는 613억 달러다. 1997년 11월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고는 242억 달러였다. 1997년 12월 3일에 IMF에게 구제금융을 요청했을 때는 39억 달러까지 우리의 외환 보유고가 급감했었다. USA의 요구를 마냥 들어줄 수 없는 우리의 이유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10위 수준의 외환보유고로 보유하고 있다. 안전한 축에 속한다. 그런데 이를 거덜 내려고 하는 나라가 있다. 동맹이라면서 우리의 팔을 비틀고 있는 USA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들과 약속한 3,500억 달러를 당장 내놓으라고 한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그들의 요구대로 당장 현금으로 내놓는다면 우리나라는 1998년에 겪은 외환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USA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했다.
이런 요구를 한 이유는 우리가 USA에게 달러를 과도하게 제공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기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USA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7월 말에 있었던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3,500억 달러에 대한 투자이행만을 요구하고 있다. 날건달도 이런 날건달이 없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너가 죽던 말던 그것은 모르겠고 돈이나 내놔라.’는 식으로 나오는 입장이다. 이런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대부업의 업자들이나 하는 짓으로 알았는데 동맹이라고 알았던 USA에게서 당하니 우리 국민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게 그들이 가지고있는 실제의 민낯이었음에도 그동안 언론과 정치권이 포장했을 뿐이다.
우리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요구하면서도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매우 불량스럽다. 특히, 우리보다 교역에 있어 우선순위가 낮은 아르헨티나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에 임하는 USA의 자세를 봤을 때 우리 대한민국을 무시하면서 기세를 누르려는 고압적인 자세가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이미 통화스와프는 유동성 공급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인 도구가 되었다. 지금 USA가 벌이는 행동은 대한민국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행동이다. 이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라면 우리가 또 다른 환란을 겪더라도 상관없다는 모양새다. USA의 계략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근거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유럽에 있어 달러는 친화적이지 않다. 유럽의 중앙은행(ECB)은 대출 스트레스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달러 액수를 확인하고 Fed의 지원이 없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권하고 있다. 이는 위기 상황 발생시 달러는 유럽을 돕지 않을 수 있다는 가설에 기반한 것이다. 달러가 이미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의심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반응과 대처는 USA의 영원한 우방이라던 영란은행(BOE)이라고 다르지 않다. 구성원에게 의심받는 리더는 영향력을 잃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그런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버린 USA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거다. 자업자득이다. 아직은 달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겨우 유지되고는 있으나 구성원들이 버티지못하고 새로운 결정을 하면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되돌릴 방법은 거의 줄어든다. 자칫 USA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는 이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서서히 장기적인 비전으로 탈(脫)달러 계획을 세워야 한다.
통화스와프 제도에 대한 제도적인 변경 권한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의회가 가지고 있고 행정부에는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고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더불어 트럼프의 경제고문이라고 알려진 스티븐 미란을 FOMC의 이사로 선임하려 애쓰고 있다. 이는 FOMC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통화스와프를 결정할 때도 정치적인 이유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전문가가 트럼프에게 통화스와프에 대한 직접적인 결정권한은 없으나 사퇴에 대한 권고와 압박, 이사진 인선에 관여하면서 간접적인 영향력은 행사할 거라는 우려가 많다. 문제는 트럼프가 지금까지 이런 우려스러운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왔다는 거다.
새로운 구성원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
USA가 요구하는 방식의 과도한 투자는 대한민국의 신용도에 급격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갑작스런 외환보유고의 감소로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의 통상교섭단은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최대한 국가의 신용도에 영향이 적으면서도 ‘합의’라는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현직 대통령은 최근에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찾아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예견되기에 미리 환율을 정해 달러와 원화를 재교환하는 통화스와프를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했음에도 USA는 거절했다.
통화스와프는 기축통화인 달러의 입장에서는 금융의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시스템이다. 안정적이어야 할 경제의 변동성이 지역적인 위기로 인해 불안해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동성을 공급하여 달러가 중심인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막으려는 조치가 통화스와프다. 특히 USA의 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나라나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나라와 Fed가 맺는 제도로 금융권에서 기축통화를 가진 USA가 누리는 특권 중에 하나로 치부된다.
트럼프는 이를 마치 자신이 가진 권리인 양 자신에게 조아리는 나라에게만 나눠주는 ‘정치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중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가 우려와 함께 비판한다. 불신의 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USA와 합의한 3,500억 달러를 투자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는 USA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려고 우리에게 필요한 안전장치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거다. 그러나 USA의 반응은 의외다. 안전장치는 해줄 생각이 없다는 반응인데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런 나라는 국제적인 외교 환경에서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일방적인 배려는 상대가 권리라고 느낄 수 있으나 상호 배려는 신뢰를 쌓는다. 문제는 USA측이 합의를 지키라는 식으로 일방적인 배려만을 요구하면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는 무너지게 된다는 거다. 우리가 잘 알듯이 신뢰는 쌓아 올리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USA가 깨우쳐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폭력적인 리더를 따르려는 팔로워는 없다.
USA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구성원이었고 이끌어가는 중요한 리더였으나 최근에 보이는 폭압적인 모습에 많은 나라가 가까이 하기를 꺼리고 있다. 거기에다 스스로가 고립을 택하고 있다. 현실이 된다면 USA가 가진 리더로서의 가치는 앞으로 감소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선택해야 한다. 더 이상의 리더십을 보이기 싫어하며 고립하려는 USA를 선택할 것인가? 이와는 달리, 자유로운 교역과 신뢰시스템을 만들어가려는 나라들이 모이는 새로운 질서를 선택할 것인지 말이다. 90%의 구성원이 모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최근에 USA가 우리나라의 근로자를 쇠사슬로 묶어 연행하고 구금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생중계에 가깝게 속보로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시대가끝나가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를 기점으로 USA의 리더십은 이미 변곡점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
웃기게도 가장 친한 친구인 대한민국에게 린치를 가하는 모습에 국제사회의 여러 구성원이 USA를 두려워하면서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외로운 리더는 결국 몰락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USA의 리더십의 몰락은 곧 달러의 몰락이 된다.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몸부림이기에 달러의 리더십마저도 스테이블코인으로 잠시 더 유지할 수는 있겠으나 변화를 되돌릴 수는 없다. 변화가 시작된 거 같다. 이제 USA를 제외한 나머지가 참여하는 기축통화를 새롭게 만들고 그 통화에 참여하는 나라 간의 신뢰에 기반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거 같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한 것은 USA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구절이 있다. 천조국의 초상류층이 국교처럼 믿고 따르는 개신교의 경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USA에게는 그동안 이뤄놓은 에너지와 자산이 있기에 한 번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나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질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이미 수많은 역사가 이를 보여주었다. 역사속의 강자들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 보였던 데이터와 비슷한 길을 걷는 USA의 데이터가 증명한다. 욕심에 오랜 친구인 대한민국을 작업하다가 발등에 도끼를 찍은 USA의 현실은 냉혹한 국제사회가 아닌 친구를 버리면 어떻게 되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거다. 우리가 겪는 지금의 현실은 USA가 나락으로 가는 시점의 생중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