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량수 Feb 29. 2016

부산 어묵탕의 주연은 '어묵'이 아니다

부산 광복동 [백광상회]

흔히 어묵탕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멸치 육수로 우려낸 맑은 국물에

갖가지 종류의 어묵과 야채가 들어있는

어묵탕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부산에서 오랫동안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어묵탕은 이와는 다르다.


육수는 사골 뼈를 고아 우려내고 이 안에

새우, 문어, 소라, 토란 등 무려 20여가지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맛을 내는 어묵탕.

일명 '스지오뎅탕'이다.

(올바른 표현은 '소 힘줄 어묵탕'이지만

'스지오뎅탕'으로 더 많이 불리운다.)


얼핏 보기에도 보통 떠올리는 어묵탕의 모습과는 다른 풍채를 풍긴다


소 힘줄, 일본 말로 스지라고 불리우는 재료가

국물에 감칠맛을 더해주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어묵탕의 매력을 더해준다.


특유의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소 힘줄'이지만 이 곳에서는 그 냄새를 느낄 수 없다


오랜 시간 광복동 한 가운데 자리잡아

수 많은 사람들의 추운 마음을 어루만져준 이 곳.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들이 느껴진다.

이렇게 시간이 더해질수록

맛의 깊이도 쌓여간다.


어제 남은 국물에 오늘의 새 국물이 들어가고,

오늘의 남은 국물에 내일의 새 국물이 들어간다.

이렇게 60년을 쌓아온 국물의 깊은 맛이

부산의 역사와 함께 지금까지 흘러왔다.



지금도 남아있는 '다찌(선반형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앉아 내 것, 남의 것 따로 없이

처음만난 사람과도 친구처럼 술 잔을 기울였다.

근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격동 속에도,

야간 통행금지 단속 속에서도

사람들은 이 곳의 테이블 밑에 숨어들어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따듯한 어묵탕 한 숟갈을 속에 품었다.



갖가지 식재료가 내는 특유의 맛들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어묵탕의 맛.

이 어묵탕의 맛이야말로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부산'을 닮은 맛이 아닐까.




P.S. 어묵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는

<시간이 빚어낸 부산의 맛> 다음 편인

'140년을 걸어온 어묵로드'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본 방송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rhQzGUpRrQM?list=PLrACpQPVGffz98ln1KBrkNo8jN5CCBtBx


매거진의 이전글 '냉면' 여름 음식이 아니라 겨울 음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