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베개가 갖고 있던 문제점은 사용자가 자신의 체형을 제품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여기에 코골이로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개발 동기로 포함하여 숙면을 위한 도구, '스마트 베개'를 제작하기로 했다.
- 제레마의 과도기 1
: 기초공사
시중에 나온 베개를 뜯어보고 살펴보고 분석하며, 다음과 같은 기능을 지닌 제품을 기획했다.
우리 스마트 베개의 주요 기능
- 목과 뒤통수의 압력을 측정하여 자동으로 베개의 높이를 조절한다.
- 수면 중 지속적으로 압력 변화에 따른 높이를 조절한다.
- 코골이를 감지하고 이에 따라 베개 높이를 조절하여 사용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코골이를 멈추게 한다.
최소기능을 갖춘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구현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재료를 구했다. 재료가 대강 갖춰지자 기록해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구성과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발 마사지기에서 분리한 에어포켓과 여기에 공기를 넣어줄 모터펌프, 그리고 공기를 얼마나 넣었는지 알 수 있는 센서인 기압 센서를 결합한 후, 시중에서 판매하는 전자기판(PCB)를 연결하여 모터를 제어했다. 그리고 베개에 들어가는 에어포켓을 만들기 위해 풍선막대를 개조하여 사용했다.
메모리폼은 시중에 판매되는 메모리폼 베개 하나를 골라 내부가 드러나도록 반으로 갈랐다. 접착제를 붙여 원하는 모양의 베개 형태를 만들고 내부에 만든 에어포켓을 넣어 실험을 거듭했다. 조금씩 잘라내고 붙이다 보니 목에 편안한 높이를 찾을 수 있었다. 검증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시험해보며 적절한 높이를 계속 찾아냈다.
제품에 관심이 있던 침구 업체 관계자와 연이 닿아 만들어진 MVP 검증을 부탁했다. 결과물이 외적으로 멋지진 않았지만, 변변치 않은 도구로 만든 기구치고는 기능면에서 나름 괜찮다고 자부했기에 기대 반, 긴장 반으로 평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는 산산히 부서졌다.
베개 높이와 경도 면에서는 편했지만, 베개 높이 조절 시 소음이 상당히 크다는 점과 메모리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뿐만 아니라, 베개를 덮는 부분의 두께가 너무 얇아 베개 안의 부속품이 머리에 고스란히 느껴지고, 뒤통수 부분이 바닥에 닿는 느낌이 난다는 평을 들었다.
문제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점수로 따지면 '거의 낙제점'이라는 얘기까지 들으니 힘이 쭉 빠졌다.
- 제레마의 과도기 2
: 레퍼런스 조사, 목표 재설정
첫 제품이 실패로 돌아갔다. 냉정한 평가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기에 소득은 있었다.
시중에 나온 제품부터 다시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러다 해외에 이미 스마트 베개 비스무리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했던가. 캐나다와 미국에서 우리가 만들고자하는 베개와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찾았다. Smart Nora와 Zeeq. 바로 직구하여 각각의 기능과 작동 원리 등을 살펴보았다.
Smart Nora의 경우,
<장점>
- 간편한 휴대: 장비를 작은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음
- 코골이 감지: 코골이를 감지하는 센서가 조약돌 모양으로 있음, 패드와 연결됨
<단점>
- 번거로움: 일반 베개 속에 목높이 조절 패드를 넣고 자야함
- 코골이를 너무(?) 잘 감지: 잠을 자는 파트너의 코골이에도 반응함
Zeeq의 경우,
<장점>
- 연결성: 뭔가 설치할 필요없이 바로 베개를 베고 자면 됨
- 앱과의 연동: 앱으로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관찰할 수 있음
<단점>
- 코골이 감지가 잘 안 됨: 코골이 조절 베개로서의 기능성이 떨어짐
이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우리 제품의 개발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베개에 조절 장치를 바로 넣어 번거로움을 없애고, 사용자의 코골이를 잘 감지할 수 있는 기민한 센서를 단다. 단, 사용자 옆에서 자는 파트너의 코골이에는 영향이 없도록 설계한다. 앱과 연동하여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하여 수면 빅데이터를 만드는 것. 그럼으로써 기타 수면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여 슬립테크, 수면 IoT로서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화된 목표를 바탕으로 우리는 두 번째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아니, 베개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이야?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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