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하게만 느껴지던 여름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와서 숨을 못 쉬도록 푹푹 찌더니 이제는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가 지속되는 일주일간은 하천 달리기를 못할 테다.
나는 원래 '헬스장', '필라테스 학원', '요가학원', 이런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운동을 못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었다. 어릴 적 언니와 밖에서 줄넘기를 하다가 멀리서 사람 인기척이 나면 집으로 들어가 숨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예민했는 듯 ㅎㅎ)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하루 온종일 내 시간을 만들기로 결심한 뒤 필라테스 학원을 대신해서 생각한 것이 동네 하천 달리기이다.
우리 동네 하천은 (하천이라고 부르기 미안하다 좀 더 고급진 명칭을 주고 싶다 하천아) 너무도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서 산책을 위해서건 운동을 위해서건 계속 걷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바닥은 재생 타이어로 만들어 푹신한 쿠션 같은 데다가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가 커다랗게 흰 분말로 적혀 있어서 마치 'BE A RUNNER!'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나는 주로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잠이 다 깨기 전 달리기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뻐근하고 쑤신 날들이 많았다. 어떤 날들은 그 불편한 상태가 하루 종일 지속되어서 온몸이 피곤하고 심지어 아픈 것 같이 느껴지곤 했었다. 그런데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달리기를 하니 자는 동안 잘못된 자세로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진 뼈가 다시 짜 맞춰지는 느낌이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한 발로 바닥을 밀치면서 공중으로 떠오르면 힘을 준 상체를 제외한 골반 아래의 뼈들이 땅에 먼저 내려간다. 이때 꼿꼿이 세운 상체와 먼저 떨어지는 하체 사이에 생기는 늘어짐을 잘 활용하면 잘못 끼워 맞춰진 뼈들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힘을 어디에 주느냐에 늘어짐의 위치도 달라지고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뼈도 달라진다. 그래서 내가 달리기를 할 때 모습을 뒤에서 보면 살짝 ㅋㅋ 기이하게 보였을지 모른다. ㅋㅋ 가슴 위를 앞으로 굽히면서도 달려보고 오른쪽 어깨를 위로 들어 올리면서도 달려 보고 높이 점프했다 낮게 점프했다가 ㅋㅋㅋ 아무튼 내 맘 데로 달리기를 한다. 인기척이 들리면 집안으로 숨던 소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무튼 나는 달리기를 주기적으로 한 이후로 이유 없이 몸이 아프던 것들이 사라졌다. 혼자 만든 개똥철학으로 자가 치료를 하는 중이다. (근데 놀랍게도 남편도 나의 개똥철학에 동의했다는 사실) 근데 이제 장마로 한 일주일간은 뛰지 못하겠구나. 안되면 스쿼트라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