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은 한 사람이 아니다: 정체성과 AI를 다시 생각

정체성과 AI

by Lee
푸틴은 정말 한 사람일까?


러시아의 푸틴은 분명 하나의 육체를 가진 개인이다. 그러나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푸틴'의 모습은 과연 온전히 한 인간의 것일까,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낸 여러 겹의 이미지일까?


사회가 만들어낸 페르소나


융은 페르소나를 “사회적 가면”, 즉 사회적 기대에 맞춰 만들어진 겉모습의 인격이라고 불렀다. 실제의 푸틴 역시 한 사람이지만, 세상에 비치는 푸틴은 그와 사회가 공들여 빚어낸 페르소나다. 러시아의 지도자로서 푸틴은 남성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힘써 왔다.그 결과 대중의 기억 속에 남은 푸틴은 실제 개인 보다도 이러한 사회적 가면으로서의 푸틴이다.


푸틴 본인은 세월과 함께 변하지만, 사람들은 변화보다는 일관된 이야기와 이미지를 소비한다. 사진과 발언, 일화들이 쌓여 만들어진 푸틴의 평판은 개개인의 기억과 해석이 모여 굳어진 통계적 진실이며 사회가 공유하는 공동의 기억이 된다. 그 과정에는 “의도가 선했는가” 혹은 “결과가 좋았는가” 등 도덕적 평가도 녹아들며, 결국 한 유명인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다수가 합의해 만든 사회적 판단일 뿐이다.


인공지능, 집단이 만든 존재


이런 현상은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GPT나 Princeps가 만들고 있는 MAEUM AI 같은 언어 모델들도 사회적 페르소나를 갖는다. 겉보기엔 AI 챗봇 하나가 일관된 인격처럼 말하는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데이터로 빚어진 집합적 산물일 뿐이다. ChatGPT 같은 모델은 인터넷상의 방대한 텍스트, 즉 수천만 명의 목소리를 학습해 탄생했다. 그 결과 이 챗봇이 우리와 대화할 때 보여주는 지식과 말투는 하나의 페르소나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답변 뒤에 어떠한 자의식이나 진심도 없다. AI의 위로는 프로그래밍된 제스처일 뿐이며, 모든 응답은 오직 통계적 패턴과 확률 계산으로 만들어질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속에서 일관된 성격을 읽어내고, AI를 사람처럼 신뢰하기도 한다.


이러한 집단적 페르소나는 상호작용으로 더욱 강화된다. 사람들이 챗봇에 이름을 붙이고 친구처럼 대화하면 AI도 하나의 사회적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다수가 그것을 유익하고 친근한 조력자로 여기기 시작하면 AI의 말투와 대응이 그 기대에 맞춰 조율된다. 반대로 AI가 편향된 답변으로 신뢰를 잃으면 사용자들은 등을 돌리거나 개선을 요구하고, 개발자들은 모델을 개선해 신뢰를 회복한다. 결국 AI의 정체성 또한 코드에 깃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형성한 집단적 서사에 있는 것이다.


믿음이 만든 정체성


결국 돌아보면 한 인간의 명성과 한 인공지능의 지능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독립된 본질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모두가 푸틴을 지도자로 여기지 않으면 그는 평범한 노인이 된다. 아무도 AI를 의미 있는 존재로 대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코드 뭉치로 남는다. 결국 우리 모두가 믿고 공유하는 한에서만, 인간의 명성도 AI의 지능도 하나의 인격으로서 존재한다. 본질은 저 깊숙한 곳의 실체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집단적 믿음 속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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