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기업이란 무엇일까?

(개인적 사고 실험)

by Lee

요즘 내가 자주 생각하는 회사의 형태가 있다.

이상향처럼 들릴 수 있지만, 막연한 꿈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 기업은

딱 세 가지 조건을 가진다.


생존은 보장되며,

하는 일이 재밌고,

배울 게 많은 회사


이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회사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1. 생존이 보장되는 회사


여기서 말하는 생존은

유니콘도, 급성장도, 대박도 아니다.

• 월급이 밀리지 않고

• 오늘의 실수가 내일 해고로 이어지지 않고

• 회사가 당장 망할 것 같다는 공포가 없는 상태


이게 최소 조건이다.


사람은 불안한 상태에서

일을 재미있게 느낄 수 없고,

배움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없다.


그래서 생존은 복지가 아니라

전제 조건이다.



2. 하는 일이 재밌는 회사


재밌다는 건

편하거나, 스트레스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 왜 이렇게 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고

• 선택의 이유가 설명 가능하고

• 기준이 있어서 납득이 되는 일


이런 일은 어렵지만 재밌다.


반대로,

• 이유 없이 시키는 일

• 버튼만 누르는 역할

• 결과만 요구받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복지가 있어도

일은 금방 소모된다.


재밌음은 자유가 아니라, 사고할 여지에서 나온다.



3. 배울 게 많은 회사


배움은

교육 프로그램이나 강의로 생기지 않는다.


진짜 배움은 이런 것이다.

• 어떤 선택이 왜 위험했는지 몸으로 알게 되고

• 판단 기준이 자연스럽게 전이되고

• 이 회사를 떠나도 어디서든 써먹을 수 있는 감각이 남는 것


즉,

회사의 자산이 아니라

개인의 자산으로 남는 배움이다.


이게 없는 회사는

사람을 키우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려면


이 조건들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반드시 대표의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 대표가 가장 많이 배우고

• 대표가 가장 자주 틀리고

• 대표가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


이게 무너지면

생존은 착취가 되고,

재밌음은 소모가 되고,

배움은 말뿐인 구호가 된다.



그래서 내가 만들고 싶은 회사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이 망가지지 않고

어디서든 살아남게 만드는 회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회사는 사람이 잘 떠나지 않고,

떠나더라도 관계가 남고,

시간이 지나면 네트워크가 된다고 본다.



유토피아 기업은

이상적인 사람이 모인 곳이 아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게

구조적으로 설계된 회사다.


나는 아직 그 한가운데에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은 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느리게,

조금 보수적으로,

계속 배우면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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