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한 계단만이라도
매주 일요일, 재활병동에서 외출을 나갈 수 있다. 이 외출은 단조로운 병원 생활 속에서 숨통을 틔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매번 기저귀를 두 겹씩 착용한 채 병원을 나선다. 외출은 자유이지만, 외출지의 환경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방문하는 대부분의 식당이나 카페에는 1층에 화장실이 없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일지 몰라도, 나에겐 벽이다. 답답한 마음에 직원에게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물어본 적도 있다. 직원은 아주 친절한 말투로 "2층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미안함이나 배려가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아함이 섞여 있었다.
결국, 나는 내가 가진 자유로운 시간에도 '실수'를 대비해야 한다. 기저귀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이 강요한 결과다. 장애인들이 외출 중 대소변 실수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유는 장애인만의 탓이 아니다. 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너무도 불친절한 사회 구조도 한 몫한다.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공간이 여전히 많고, 있다 하더라도 접근이 쉽지 않다. 누구나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평범한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다. 하지만 화장실이 계단 위에 있는 한, 그 평범한 권리는 장애인에게 평범하지 않다.
부디 한 계단만이라도 낮춰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