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을 때였다. 의식이 전혀 없으셨고, 병원에서는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했다. 며칠을 병원을 오가며 걱정하던 나는, 지쳐 잠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어느 카페 입구에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반대편에도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 마치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경계,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넓은 홀 안에는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그중 한 자리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앉아 차를 마시고 계셨다.
“아버지…” 조용히 부르며 그 앞에 앉았다.
“그래, 별일은 없냐?”
나는 어머니의 상황을 말씀드렸다. 병원에서는 힘들 거라고 한다고.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천천히 일어나시더니, 등을 돌려 뒤편 문 쪽으로 걸어가셨다. 그곳에는 길고 넓은 창이 있었고, 창 너머로 공원묘지가 펼쳐져 있었다. 신기하게도, 햇살이 가득하고 무척 평온해 보였다. 마치 천국처럼.
아버지는 주위를 한동안 둘러보시더니 말씀하셨다.
“너희 엄마 자리는 아직 없다.”
그 순간 눈이 떠졌다. 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꿈을 꾼 이후 어머니는 기적처럼 의식을 회복하셨다. 이후 재활치료를 받으시고, 지금은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잘하고 계신다.
분명 꿈이었지만, 나는 왠지 정말 ‘그곳’에 다녀온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