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악센트 강윤석 작가
Sep 13. 2022
따뜻한 햇살 아래 촉촉한 흙을 밟으며 철없이 깔깔거리던 나는 너무도 부드러운 당신의 손길을 따라왔어요. 당신은 나를 고이고이 앙증맞게 작은 당신의 화병에 담아주었고, 사랑스럽게 바라보았지요. 믿었어요 그 눈길이 영원하길... 하지만 물이 듬뿍 담기지 않은 작은 화병 안에서 나는 하루하루 메말라갔지요. 나의 핏기 없는 입술과 윤기를 잃어 푸석푸석해진 머릿결을 측은한 듯 바라보던 당신은 무심히 말했어요. 내가 변했다고요. 맞아요 나는 변했어요 햇살 가득한 싱그러움을 바라는 당신은 그대로인데, 나는 어느덧 메말라버렸어요. 그것도 당신의 작고 작은 화병 안에서. 맞아요 내가 변했어요. 그래도 원망스러워요. 왜 나를 환한 햇살 아래에서 웃음 짓게 놔두지 않았나요? 굳이 그렇게 당신의 좁디좁은 화병에 나를 가두었어야 했나요? 나는 변했지만, 나를 변하게 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