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물이 끓는 냄비 속 같다 세상이 모두
만두를 찌고 호박잎을 쪄내는 찜기 속에 있다
하늘과 구름은 속도 모르고 웅장하게 그림을 그린다
예쁘다 아름답다고만 하기엔 찜기의 열기에 손가락은 흐물흐물
그늘과 에어컨을 찾아 떠도는 신유랑족
처서가 내일 모레인데 서늘함에 입이 돌아가기는커녕
더위에 날개가 녹은 모기들이 갈피를 잃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다 말겠지 이제 곧 서늘해진다 언제 그렇게 더웠지라는 대화를 눈 내리는 겨울에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안일하달까 전인류의 공통성질 어쩌면
화성으로 개인 우주선을 띄운다는 미국인은 지구에서의 인류 역사가 이미 끝이라는 걸 알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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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다 못해 터지는’ 곱고 고움을 오래 오래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