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빨갛게 익어간다, 이제
더이상 파란 고추를 따지 않고.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처음
막 달린 싱그롭게 파란 고추들
한 손 가득히 찬물에 쓰으쓱쓱
초여름 옅은 초록 밑에는 이제
막 꺼내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
둘러둘러 앉아 물에 밥을 말고
파란 첫여름을 장에 찍어 먹은
그 날이, 몇 달의 시간은 간혹
하루보다 짧게 간다.
*
그럼에도 아직 고추는 또다른 고추꽃을 메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