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어디로든 간다
기차에 타고 있는 나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는 말을 적고싶다
자기연민, 생존본능의 기제라고 어디에 적었었다
불쌍한 자신을 물고 빨고 부비고 부벼 겨우 숨을 쉰다
‘휘파람’이 없다. 기차는 저어 어둠 아래에서 더 이상 검은 석탄을 붉게 만들지 못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름’은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이름.
정해진 것 없는 이곳에서 간 신 히 한 번, 속는 셈 치고 정해 본 것. 꿈은
북극성이다. 길을 잡아줄 뿐, 언제나 내 손에서
멀다. 그리하여
기차가 움직인다. 기차는 옅은 새싹의 초록 눈웃음
기차는 개울에서 반짝이며 부서지고 다시 반짝이는 햇살의 노래
기차는 그만 몸통에서 뿌리로 물을 내리어 오는 붉은 잎사귀
기차는 아침 햇볕에 녹아 흐르는 새벽녁 몰래 춤을 추던 눈꽃들. 그리하여
물에 끓는 피리가 빠아앙, 기적을 불러올테냐.
훗, 상관없이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