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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chi Nov 06. 2024

걸어오고 걸어가는

마석에서 강촌으로 가는 46번 국도를 달리다,

목적지를 5분 남겨놓은 곳에서 곁눈질.


'경강역(폐역)과 서천리'

팻말이 가을볕에 반짝인다.


레일바이크를 타는 사람들과 레일바이크를 타려는 사람들과 모두를 마치고 나온 모두는

세월이 끝난 역에서 분주하다.


가을이 조곤조곤 흘러가는 서천은 햇볕으로 일렁인다

굴봉산역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


목적지는 이렇게 바뀐다.


서천을 왼쪽에 두고 노인들의 자전거를 따라 걷다

만나는 남산초등학교 서천분교 운동장의 쓸쓸한 가을

낮은 학교 건물 뒤로 학교를 감싸 안고도 남을 만한

은행나무, 그에게서 멀어지는 노오란 나비들


그들이 흩어지는 곳 내가 따라는 가는 곳


다시 바뀌는 목적지, 나비를 따라 걷다 어떤 다리 앞에 서다, 

나비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도치교. 도치, 무엇을 바꾼다는 것일까


지금 가고 있는 곳에 뭐가 있을지 

그래 아무 것도 없을 수도 있겠지 


바람은 그곳으로 불어가고


아무 것도 무엇도 어떤 것도 너마저도 그래, 없을지도


고이는 눈물도 어쩔 수 없고


눈도 깜빡하지 못할 사이에 

뽀얀 너의 볼을 스친 빛들은 

다리를 건너고 다리 넘어에서 

가을을 반짝인다.


불현듯,


다리를 건너면 가을의 끝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다


그것이 그만 돌아가야하는 이유는 못 되는 것 같다


다리를 건너야겠다 시절이 시월의 마지막에서 있다


*

별개로, 그곳에 분명하게 있는 것 한 가지 확실하게 알다

걸어오고 걸어 가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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