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고 말해

by hechi

연붉은 다라이, 지름 50센티 정도의.

아버지가 기름을 발라 놓은 솥의 뚜껑을 거꾸로 덮고 있는.


거친 표면에 검은 꽃이 피고, 겨울 오후 차가운 햇빛이 만든.

끈질기게 연산홍 마른 가지들에 들러붙어 있는 잎들과.


만약 연붉고 거친 다라이 표면에 차가운 하얀 것들이 아주 빨리 얼어있고 아주 서서히 녹아가고 있다면 그곳은 딱딱하게 굳은 흙바닥으로 이어지고.


그곳엔 히멀건한 도화지, 검은 꽃들, 빛이 사라지면서 그려낸.


나는 그것들을 예쁘다고 말해 나는 아름답다고 말해. 마침내,


나는 처절하다고 말해.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들.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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