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내 방 창문 밖에는 우리 집 낡은 에어컨이 힘을 쓰는 소리가 애처롭게 여름- 밤하늘 밑에서 저어 어느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손안에 만능기기를 한 없이 무료하게 쓰다듬는 저녁을 과하게 먹고 저녁을 과하게 보내고 있는 저녁에 20년도 넘은 중학생 때 네가 나에게 알려주었던 김성호라는 그때도 지금도 아저씨인 그 아저씨가 부르는 ‘회상’을 얼마 전에 다시 불러진 그 노래를 몇 번을 반복해서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사이 그 사이에 창밖에선 귀뚜라미일까 벌써? 여하간 아직은 여름이 밤을 장악하고 있다.
이제는 몇 번을 다녀본 적 있는 배송처 앞 가로수로 심어진 벚나무 밑동에는 곱고 매끈한 철판이 둘려져 있는데, 그것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지키려고 힘을 쓰고 있는 것이냐. 그 사이사이에 언제고 떨어져 삭아지는 나뭇잎과 나뭇잎들. 그것들 사이로 비집고 나온 다시 푸르른 작고 작은 옅고 옅은 연두들 위로 바람이 지가는 일, 한평생이 지나가는 일.
기어이 ‘병상’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은 감기고 어떻게 이루어진 가족들이 3일간의 여행을 하던 찰나, 그의 삶이 이제는 그만 쉬어지는 일.
눈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삼켜진 그것들도 적기만 하다고 여기는 사건 속에서 삶에서 가장 명백한 사실-우리는 모두 끝을 향한다-을 오랜만에 체감하는 시간이 벌써 하루를 더해가고 창 밖에선 힘겨운 에어컨을 이제 그만 쉬게 하여도 괜찮을 바람이 부는 듯한데. 벌써? 정말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분명한 귀뚜라미 울름소리가 ‘회상’에 섞이고 있다. 그는 이제 그만 삶을 떠났을 뿐이다. 그의 딸이고 나를 낳아준 여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겉에서 보는 것처럼 나뭇잎을 지나가는 바람 같을까. 얼마간 더 무성하다가 찬바람을 곱고 부끄럽게 맞이하고 떨어질 그것들을 그녀는 이제는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려나.
아직은 낡은 소리를 내더라도 에어컨을 더 틀어 놓고 싶은데 시절은 내 마음에는 아랑곳없이 태양을 멀리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