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다시 만나지

by hechi

사람들이 물러난 해변은 고요하고 바람을 싣을 파도들을 바라보는 어느 꼬맹이와 그의 여자, 그 두 명에게


노오란 가을 들국화 한 송이


아직은 아직은 낟알들을 위한 햇살이 살갗에 부담스러운 햇볕으로부터 그늘을 만들어주는 파라솔 하나, 꽃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모래사장에 피었다.


꼬맹이는 쉼 없이 파도소리와 바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앉았다 일어섰다 기다가 눕고 엄마에게 안겼다가 떨어졌다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냐는 물음을, 약 백이십 걸음 뒤에서 말없이 묻는다.


"

너네는 왜 끊임이 없어?

왜 계속 왔다 갔다 해?

힘들지 않아? 오늘이


지나면 우리는 또다시 볼 수 있을까?

"


오늘이 지나면 우리는 또다시 볼 수 있을까. 과연, 오늘이 어제와 다르다고 내일은 어제와 같지 않다고 하는 류의 이야기들은 좀 짜치고 후져졌지, 같으면서 다르게 다르면서 같은 어떤 이야기들로 매력이 많이 옅어졌어. 우리는,


그렇다면 ‘왜 어떻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바람이 시원하게 눈빛을 밝혀준다. 조급한 떠블캡 포터 트럭 엔진이 빠르게 다가왔다가 더욱 빠르게 멀어진다. 들국화 왼쪽 편에 큰 암초들 위에서 낚싯대가 빛을 휘어잡으며 한참을 휘어지다가 이내 뻗어 나간다, 알 수 없는 바다의 어떤 곳에서 또다시 이내 사라지고.


"

곁에서 곁으로

곁으로 곁에서

"


변화는 익숙할 때 찾아온다. 계절이 온전히 여름이어서 여름이 너무 익숙할 때 가을이 느껴진다. 온전한 여름 한 정점에서 이제 여름이 지나가겠구나라고 노래한 사람은 동양의 철학자였다. 지나가고 다가오고 구분이나 나눔 기점 같은 것에는 완전히 관심이 없는 일들, 그들의 이야기들. 언제나 의미를 지어먹는 것으로 연명하는 나만 거기 영덕 7번 국도 작은 해변에 앉아 있었다.


*

"분명 다시 만날 걸, 분명!"


꼬맹이에게 그리고 펼쳐진 바다와 파도들 바람에게 소리 없이 아주 크게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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