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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츤데레 Oct 04. 2018

인간관계의 아이러니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움켜쥐는 방법

사람은 제 각기의 방법대로 위선적이다.


솔직하게, 진심으로 대한다고 노력은 모두들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그러지 못하다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때로는 배려심이라는 명목으로, 때로는 이기심이라는 명목으로 거짓말을 한다. 상대방을 위한 하얀색 거짓말일 때도 자신을 방어하려는 검은색 거짓말일 때도 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거짓되다는 것이다. 각자의 사정은 있겠지만 모두 거짓말을 하고 산다.


사람은 제 각기의 방법대로 위악적이다.


배려심이라는 명목으로, 이기심이라는 명목으로도. 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상처받기 싫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독한 말을 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마음이 약해지지 않고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센 척을 하기도 한다. 잠깐 스스로가 쓰레기가 되면 상대의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와 관계없이 그 사람은 상처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항상 미래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의 입장에서 상황을 호전시키고자 하는 명목 하에 필요 이상으로 날이 서게 된다.


이러한 모습들을 잘 알기에 항상 조심스러웠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내가 지금까지 겪은 인간관계는 모래와 같았다는 점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면, 그게 친구든 연인이든 나는 움켜쥐려고 했다. 그 관계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다. 가족이 아니기에 언젠가 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항상 아이러니했다.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사이로 모래알들은 셀 수도 없이 빠져나갔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이 사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잠자코 있을 수는 없었기에, 나는 위선적이게도 위악적이게도 행동했다. 그렇다고 나의 노력이 담보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님과 피곤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해주는 친구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감사한 일이다.


그들에게 감사함과는 별개로 지금도, 앞으로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의 인연은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게 아니니,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이야기도 넘치게 들었다. 그러한 조언들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놔두고 살기에는 무력감이 숨을 조였다.


그래서 앞으로도 고민할 것이다. 


다만 고민의 방향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하면 놓치지 않을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집중했다. 모든 관계의 주권이 나에게 있고, 내가 중심인양 행동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감이라는 명목 하에 오만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상대방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상대를 원하는 마음보다는, 그 혹은 그녀가 나를 바라는 마음에 귀 기울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기다림을 방치이자 무책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노력이 부족한 태만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 역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말을 하기보다는 상대에게 귀 기울여 주는 노력이라고 믿는다. 그러한 과정은 스스로를 내려놓는 가장 높은 난이도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움켜쥐는 것보다는 조금 여유를 두고 모래알들을 들고 있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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