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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츤데레 Apr 19. 2018

0. 인간관계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선생, 선후배, 상사 등 그 모든 양태를.

나는 곧 서른 살이 된다. 중학생이던 나는, 내가 서른이 되면 엄청난 성공을 이룰 줄 알았다. 돈도 돈이지만, 세상을 어느 정도는 바꿔 놓을 줄 알았다. 무형의 무언가를 창조해서 소소한 변화라도 만들어 내고, 그로써 사람들이 좀 더 웃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세상을 바꾼 적도 없고, 돈도 일정 수준 모은 정도밖에 없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적(籍)이 없다.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연스레 대학교에 갔고, 그러다 군대에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 회사에 취업을 했다. 그러다가 그곳에서 다양한 일들을 겪고 회사가 내 길이 아님을 알고 그만뒀다. 처음으로 어디 속한 사람이 아닌 오롯이 내가 된 것이다,라고 말은 하고 다닌다. 그렇지만 나는 내 또래가 가지고 있는 흔한 것 하나 가진 게 없다.


죽기보다는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치열하되 다른 이들과 경쟁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해보며 현재를 곱씹어 보았다. 돈도, 명예도, 소속도, 성공도 나에게는 없었지만, 사람들은 남았다. 그게 나에게 친구건 적이건, 그들과의 인연은 나에게 남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 대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런 건 백수에게 시간이 주는 특권인 것만 같다.) 그러다가 느낀 것은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도 나에게 100% 호인이거나 악인은 아니며, 그들과 있었던 일 중에서도 100% 누구 한쪽의 과실인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리고 그들 역시 그 상황에서 감정적이고 중간이 없었다. 극에 치닫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탓에, 때로는 관계를 그르치고 파국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마음이 아프다.

 

한 번만 숨을 고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혹자는 후회하는 때가 가장 늦은 때라며 있을 때 잘했어야지,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 서른 이후의 내 삶과 내 사람들을 위해 지난 나의 찌질한 시간과 인간관계에서의 치부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요즘같은 시대에 무슨 글이냐고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새겨나가면서 지나간 일들, 인연들을 하나씩 곱씹어 보면서 반성을 하며 걸어가고 싶다. 타이핑만 하지 않고 딥펜으로 꾹꾹 눌러 글씨까지 손으로 써간다면, 좀 더 내가 지나온 시간에 대한 생각을 심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숨을 고르려 한다.


내가 했던 실수들, 내가 상처 준 감정들, 내가 뱉어낸 말들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도 적고 또 적으며 되뇌고 싶다.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성숙해질 나의 삼십 대를 위해서. 나를 그리고 너무 소중한 나의 사람들을 위해서. 그래서 오늘도 글을, 글씨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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