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_양곤

오묘한 애증의 매력을 가진 찜통

by 츤데레

바간과 껄로, 낭쉐를 거쳐서 다시금 양곤으로 돌아왔다. 미얀마에 1주일 넘게 있으면서도 그곳이 수도가 아니라는 것(현재의 수도는 네피도라고 한다.)을 와서야 알았다. 2박을 하지만 그리도 관심이 없었다. 애정이 없었다기 보다도, 양곤은 미얀마 여행을 마무리 짓는 마침표의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갔던 다른 관광 도시들과는 다른 양곤만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이다.

'미얀마 스타일의 서울'이라고 생각될 만큼 크고 발전된 도시

스스로를 찜통 속 샤오롱바오라고 생각할 만큼의 고온다습한 기후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택시 운전사


IMG_0706.JPG 정.말.아.무.것.도.모.른.다


저 셋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택시였다. 날씨와 도시 스타일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범위였는데, 택시에 관련한 건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 저렴한 가격에 택시가 운행되기에, 그리고 위치를 말하면 지정 가격으로 시간 관계없이 고정 비용을 받기 때문에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택시를 많이 탄다. 그런데 우리가 만났던 택시 기사들은 정말이지 거의 아무 길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나름 유명한 스폿이나 중심지의 역을 이야기해도 몰랐고, 구글맵으로 보여줘도 몰랐다. 내비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가지고 있어도 길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는 우리 일행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구글맵을 켜고 가는 중에 길을 잃어, 우리가 스마트폰 지도를 봐가면서 기사에게 길을 알려주기도 했다.


외국인이 현지인에게, 그것도 택시 운전사에게 길을 알려주다니. 한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비단 한국의 기준을 차치하고서라도 '택시 운전사'라는 직업윤리 상 이런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아니지 않나, 싶은 상황이 매번 있었다. 고온다습한 양곤 날씨에서 몇 번이고 저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짜증이 나기도 했다. 당시엔 여행지에서의 약간의 고생이라고 치부했지만, 지나고 보니 이제는 다 좋은 추억이다.




저러한 약간의 시련을 이겨내고 우리는 나름 여러 일들을 해냈다. 호텔을 찾고, 맛집을 찾아 헤매기도 했으며, 양곤 곳곳을 도는 순환열차를 타고 사람 구경도 하고, 꼬치 골목에서 회포를 풀고, 쉐다곤을 찾아가기도 했다. 일행 중에서 미얀마에 대해 제일 잘 아는 H가 추천한 코스(양곤 순환열차, 꼬치 골목, 쉐다곤)를 이틀 동안 완료했다. 쉬어 가면서 여유로운 미얀마의 후반부를 즐기기엔 시간도 콘텐츠도 충분했다.


그래서 양곤에 대한 나의 감정은 모호하다. 엄밀히 말해서 오묘하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뭔가 하루를 보내면서 당근과 채찍 사이를 오고 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 기분을 가장 현격하게 느끼게 해 준 것이 바로 양곤 순환열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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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지상 위로, 양곤 곳곳을 돈다.


양곤 곳곳을 순환하는 열차는, 미얀마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낡아 버린 열차는 아마도 일본에서 가져온 듯 곳곳에 히라가나가 적혀 있고, 항상 열려 있는 문으로는 틈틈이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냉방이 되지 않는 내부에 선풍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고, 더운 거리 음식을 사고파는 사람들 사이로 음식 쉰내도 느껴진다. 구석에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보이고, 열린 문으로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도 보인다. 심지어는 문 밖으로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혼란한 개발도상국의 온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IMG_0736.JPG 여기는 그나마 깨끗한 편인 칸. 다음 칸은 헬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반강제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10분 정도 지나니 더위도 적응이 되었고, 악취도 딱히 심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각이 조금 무뎌지니 주변이 보였고, 열차 내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우리를 신기해하며 반겼던 현지인들의 살가운 대화들이 들렸다. 영어를 조금 섞을 줄 알았던 할아버지에게서는 발전하는 미얀마에 대한 프라이드가 느껴졌고, 스마트폰을 하며 한 마디씩 거드는 청년에게선 국적을 떠난 또래의 느낌이 반가웠다.


뭐 항상 거의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불쾌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면서 사람을 헷갈리게 했던 곳이 바로 양곤이다.




쉐다곤이 아름답고, 꼬치 골목 어떤 가게가 맛집이며, 미얀마 양곤의 역사가 어떠하다는 이야기는 다른 브런치 글이나 블로그 포스트에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간단히 느낀 바만 적고 싶다. (대신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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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다곤과 꼬치골목과 L사의 호텔 모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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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다곤은 해질녘에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빛깔과 어우러지는 파고다의 모습을 멍하니 앉아서 한두 시간 멍 때리듯 보는 것이 감동적이다. 19번가에 있는 꼬치 골목은 거의 모든 집이 맛집이라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다만 어디나 그렇듯 사람이 북적거리고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는 집이 맛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L사의 호텔도 기억에 남는다. 양곤에 있는 호수 근처에 최근에 지었다고 하는데, 엄청 세련된 고급 시설(그렇지만 한국 대비는 가성비가 좋다. 방도 시설도 룸서비스도!)이니 미얀마에서 지친 여정을 풀기에는 딱이다.


IMG_0867.JPG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미얀마의 다른 곳과 달리 양곤에 대해 서술할 때는 좋은 말과 나쁜 말을 오가며 횡설수설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다른 관광 도시와는 달리 정말 덥고 짜증도 날 수 있는 곳이지만, 짜증 이상의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곳이 바로 양곤이다. 여담이지만 여행을 마치고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 드는 생각이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점들을 생각해보니 양곤에서 사람이 훨-씬 많아지고 때가 묻으면 인도 뉴델리와 비슷할 것 같다는 점이다. 물론 잔잔한 짜증이 나중엔 재밌는 추억으로 남는 곳들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하긴 하다.


드디어 미얀마 파트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