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_방콕

최고의 휴식을 주는 기항지

by 츤데레

이틀을 묵었던 도시이지만 크게 어딜 가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인도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 도시 문명을 느낄 수 있던 휴식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음식이 너무나도 맛있었다. 미얀마도 그랬지만 여기는 뭔가 더 서울의 느낌이었다. 태국 음식도 맛있었지만, 태국식으로 해석해낸 음식들도 하나하나 괜찮았다. 16kg 정도 되는 백팩을 들고 다니느라 피곤했던 거구이자 노구의 육신을 풀어주는 마사지도 행복했고, 카오싼 로드와 도심의 몰에서 소소히 했던 쇼핑들도 알찼다.


이 글은 그러한 기억의 이야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을 꼽자면 땡모반과 평양랭면이다. 원래 타이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 편이라 많은 기대를 했었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새우들과 부드러운 향을 품은 커리, 그리고 그 위에 잘게 다져진 고수 조각들. 뭐 이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식당을 찾아다녔다. 물론 거기서 먹은 커리들과 팟타이 등등은 굉장히 맛있었으나,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땡모반이다. 솔직히 시킬 때도 왜 굳이 그걸 시켜먹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는데, 한 모금 마시고 나서는 바로 태세를 전환해서 열심히 흡입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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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님의 은혜가 떠오르는 northeast는 알고보니 블로그 유명 맛집이었다. 거의 60%는 한국 사람일 정도.


출국 직전에는 숙소 근처에 있던 옥류식당 역시 예상치 못한 맛집이었다. 남북 화해 모드로 당시 한국에서 냉면 붐이 불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래서 미얀마 양곤에 있다는 식당을 가려했지만, 막상 가보니 그곳은 폐-업.. 그래서 무기한 연기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들르게 된 것이다. 내부는 촬영이 어렵고(음식 사진만은 가능), 사회주의를 홍보하는 가요가 나오는 곳으로 굉장히 이질감이 느껴진다. 하드웨어가 그렇긴 하지만 그곳의 소프트웨어는 친근감이 느껴진다. 영어를 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같은 문화권의 사람이 넓은 의미에서의 한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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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 세 개는 우리가 흔히 아는 한식 맛과 똑같다.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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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냉면st의 물냉면을 먹는 틈틈이 소주를 마실라 하면, 직원 분이 따라주신다. 감사하지만 조금 부담...ㅋ


모둠 김치, 육회, 감자전 등은 일반적 한식의 맛이었지만, 평양랭면만은 조금 달랐다. 평양 스타일이라고는 하는데, 서울에서 먹던 심심하면서도 깔끔한 육수에 높은 농도의 메밀면이 어우러진 냉면과는 차이가 있었다. 옥류식당의 랭면은 우리가 말하는 칡 물냉면에 다진 양념을 넣은 느낌이었다. 맛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 평양랭면보다는 서울식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저 음식들 만큼이나, 카오싼 로드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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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활기찬 밝은 분위기가 좋았다.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의 미얀마에서 10일 정도 있어서 그런지 약간 차분한 자세로 다녔다. 그렇지만 카오싼 로드는 다시 여행자의 텐션을 올려놓기 충분했다. 한화로 몇 백 원 하지 않는 꼬치는 중독성이 훌륭했고, 그 밖에도 길에서 파는 거의 모든 것들이 맛있었다. 길에 있는 가게들도 거의 모든 것들을 다 취급했기 때문에, 이후 여행에 대한 재정비도 착실히 할 수 있었다.


IMG_E1011.JPG 그나마 이거라도 사먹어서 다행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길거리에서 파는 노점상의 팟타이를 시도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같이 간 H 역시 길에서 바로 해서 호로록 먹는 것이 제일 꿀맛이라고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놓쳤다. 지금까지도 많이 아쉽긴 한데, 다음에 그곳을 다시 방문할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되겠다고 긍정적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즐거운 휴식이었다.


솔직히 딱히 어딜 가고 뭘 하고 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정말이지 완벽한 휴식이었기에 이후의 여정에서 많이 생각났던 2일의 시간이었다. 다음에도 방콕에 온다면 정말이지 그냥 이번처럼 시간을 보내고 싶다.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시며 쉬고 싶다. 틈틈이 마사지도 받고. 글로 쓰고 보기만 해도 게으르지만, 게으름이 느껴지는 것만큼 벌써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간들 덕분에 좋은 컨디션으로 그 이후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역시 방콕은 최고의 기항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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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제 인도에 대해 쓸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