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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개는 안 받는 애견호텔

by 맥씨


독일에서였다.

날씨가 적당한 주말이면 운전해서 이곳 저곳을 여행하던 때였다. 대강이 소강이도 늘 함께였다. 운전하면 다른 준비가 필요치 않아 좋다. 필요한 물품 대충 챙겨 떠나면 되니 간편하고 속 편하다. 호텔은 거의 애견동반이 가능해서 미리 찾아보고 예약하는 수고도 할 필요 없고 날씨 맞춰 맘 내키는 대로 다니곤 했다.


(유독 사람이 많아서 대강이 발 밟힐까 걱정하며 걸었던 파리 개선문 앞 거리와 피렌체 베키오 다리 부근.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곳을 당황하지 않고 의젓하게 따라 걷던 대강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소강이는 늘 가방에 넣어 메고 다녔다.)


어느 한 주말, 마드리드로 여행할 계획이었다. 스페인은 아무래도 비행기를 타야 하는 거리였다. 강아지들은 애견호텔에 맡겨야만 했다. 장애가 있는 소강이는 지인이 맡아주기로 했고 대강이는 처음으로 애견호텔을 찾아야 했다.


예약을 하려고 애견호텔에 전화를 했다.

첫 질문이 개의 키와 색깔이다. 음? 호텔링 하는데 개의 키는 왜 중요하며 더더구나 털 색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지??? 물었더니 호텔링이 가능한지 와보란다.


집에서 삼십 분쯤 걸리는 곳이었다. 오래전이라 동네 이름도 애견 호텔 이름도 기억나는 건 없다.

대강이를 보더니 너무 하얗단다. ”너무 하얗다 “니… 무슨 뜻인지 그 땐 몰랐다.

맡길 곳이 시급했던 나는 어떻게 적응하는지 시험 삼아 놀이터에서 잠깐 놀게 하면 어떨까 했더니 그러잔다. 반려인은 출입금지라 대강이만 들여보내고 밖에서 기다렸다. 안을 볼 수 없어 소심한 대강이가 다른 “키 큰“ 그리고 “너무 하얗지 않은” 개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적응”이 아니었다!!!

십분 쯤이나 지났을까… 드디어 문이 열렸다.

뜨악!! 대강이 꼬락서니가…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놀이터가 진흙탕물 구덩이였던가 보다. 배부터 다리 전체가 시꺼먼 진흙으로 축축히 젖어 있어 차에 태울 수조차 없는 지경이다.

이래서 색과 키가 중요하다고요.. 궁시렁거리며 직원이 대강이 가슴 줄을 건네준다. 그렇다고 설명을 할 것이지!(직원이 영어로는 호텔 환경을 설명할 수 없었던 듯… 독일에 살며 독어를 못하는 내 잘못이지… 으이구!)


차에 태우려면 어떻게든 닦아야 했다. 티슈를 한 통을 다 써가며 삼십 분은 문질렀던 것 같은 …


다행히 가정에서 적은 수의 소형개만 받아 운영하는 곳을 찾아서 나는 못해 본 독일 가정 홈스테이(ㅋㅋ)를 대강이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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