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동부 시간차는 여름엔 13시간 겨울엔 14시간이다. 얼추 밤과 낮이 뒤집혔다 생각하면 된다.
젊었을 땐 시차 따윈 비행 내내 푹 자면 해결됐었다. 당일로 출근해 일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옛말이다. 이젠 고단한 과정이 되었다.
잠이 쏟아진다. 한국 수면 시간에 맞춰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미국에선 한낮이다. 참아 보다 결국 한두 시간 낮잠을 자고 나면 저녁시간이다. 내친김에 계속 자면 좋으련만 이후로는 잠이 안 온다. 신체시계는 아침인 셈이다.
이번엔 이를 악물고 밤까지 견뎌 본다. 그러나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시간이 대낮인 미국 동부의 밤이 되면 정신이 급 맑아진다. 폰만 들면 할게 많은 요즘 세상엔 밤은 휙 지난다. 결국 수면부족까지 겹쳐 다시 낮에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기 어렵다. 악순환이다.
스트레스가 될 지경이다.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어렵게 적응할 필요가 있나 싶다. 신체 시계가 시키는 대로 놔두었더니 2주 가까이 되도록 두 나라 시간대를 넘나 들며 수면 패턴이 꼬여 버렸다.
멀쩡한 초저녁에 한두 시간 낮잠을 자는 일이 빈번하다. 그렇게 초저녁잠을 잔 날이면 밤잠이 짧아진다. 고작 두세 시간 자고 깨면 더 이상 잠이 안 온다.
만성 “시차적응증”을 앓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