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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미령 Aug 28. 2023

프리워커, 진짜 프리한거 맞나요?

#01. 말만 프리였네 


스스로 프리워커라 부르는 나는 집에서 일하는 엄마다. '프리워커'. 뭔가 자유롭게 일하는 멋진 냄새를 풍기는 이 개방적인 워드 속에는 흐물거리지 않는 단단함이 분명 숨어있다.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어쩌면 자유로울 수 없는 시간. 가족들과 시간을 공유하면서도 내 시간을 옹골차게 찾아써야 하는 숙명이 숨어있다. '프리'하게 시간을 흥청망청 썼다가는 아무것도 제대로 남는 것이 없을 거라는 것도 분명 알고 있어야 한다. 




누구의 지시를 받는 것도 아니고 나의 일을 계획하고 시간을 조절하며 일을 하는 것은 맞다. 단, 집안일과 아이들 육아, 그 외의 소소한 일도 함께 포함해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을 해야하므로 치밀한 시간계획이 필요하다. 내가 계획하고 내가 쓰는 시간이니까 <프리>하긴 한 것이다. 




마냥 자유롭고 싶지만 오늘도 분 단위로 쪼개어 일정을 계산해 본다. 기상시간부터 아이들 등원 준비, 등교 준비에 필요한 시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차에 타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돌아오는 시간 등등. 빠트린건 없는지 꼼꼼히 따져 보아도 매번 100퍼센트 클리어하는 날은 없다. 최근 2년간 나를 찾겠다고 자기계발에 푹 빠져 집안일도 눈 꼭 감고 아이들 등원시키고 돌아와서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노트북을 붙잡고 뭔가를 만들어 내겠다고 끙끙댔다. 그래서 뭐가 되긴 됐다. 공저 책이지만 종이책을 2권 출간한 작가라는 이름도 얻었고, 즐거워 하는 일도 강의도 하는 강사도 되었고, 사업자도 내고 내 콘텐츠를 판매하는 1인기업가도 되었다. 그리고 돌아서니 육아와 교육의 공백. 충분히 이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타는 피할 수 없었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늘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길 원하던 나는 그랜트 카돈의 <10배의 법칙> 등 매운맛 책을 읽으며, "균형 따윈 없지! 그래! 몰입해야해!" 매를 맞으며 동기부여 해 왔던 탓에 육아와 자기계발의 중앙선에 서서 오가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시간에 끌려왔다. 때론 '내가 진정한 몰입을 하지 못해서 성공하지 못하나?'  , '그래서 내가 압도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건가?' 를 반성하며 책 읽으며 더욱 쪼그라드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이럴려고 책 읽는거 아닌데... 



프리하고 싶은데 여전히 그 어느 쪽에서도 프리하지 못한 나는 여전히 프리워커이고 싶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2. 프리워커 그거, 어떻게 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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