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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미령 Sep 11. 2023

프리워커, 그거 어떻게 되는건데?

#2. 회사 안나가고 일할 때 일하면 프리워커 맞나요? 



프리하려면 워드안에 들어있는

<프리> 두 글자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질 수 있어야 진정한 프리워커다. 




내가 정의하는 프리워커의 의미다. 육아맘의 프리워킹은 아이가 없는 틈을 타,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모두 해 놓아야 하고 그 틈틈이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계획해서 나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얻을 수 있을 때 그제서야 이루어진다. 나는 결국 아이가 없는 틈을 타 집안일을 미뤄두고 나의 일을 하는 것을 택했지만. 집안일이란 끝이 없고, 육아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경계가 없기에 내가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경계는 무너지게 마련이다. 처음엔 집안일을 빨리 해 놓고 내 일을 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아이들 하원시간이 되게 마련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뒤죽박죽이었던 일상. 



그래서 시간관리를 시작했다. 관리라기엔 촘촘하고 칼같이 지키지는 못했지만, 내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우선하기로 했다. 내 일이 끝나지 않으면 다른 일은 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고 눈에 보이는 집안일 꺼리들을 과감히 눈감을 수 있다면 괜찮았다. 집안이 늘 엉망인 상태로 지속되자 남편은 대놓고 묻지는 못했지만, 내가 아이들을 보내고 낮에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궁금하기도 할 터이지. 외출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왜 집안일은 며칠 째 그대로인지 빨래는 왜 늘 그 자리에 있는지. 궁금했을텐데 대놓고 묻기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속으로 더 미안했다. 



그 사이에 글을 쓰거나 강의 준비를 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했다. 틈틈히 휴대폰으로 들여다보는 것보다 노트북을 펴 놓고 집중해서 검색하니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떠올랐다. 한 손에 집안일, 한 손에 나의 일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때와는 달랐다. 어느 것 하나를 내려 놓아야 온전하게 하나를 감싸쥘 수 있음을.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했음을 느꼈다. 전혀 프리하지 않은 프리워커지만, 프리한건 맞는 프리워커. 




나만의 경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하게 프리해 진다.



프리워커는 누군가가 <당신은 오늘부터 프리워커입니다> 라고 명명해 주는 것이 아니다. 나 오늘부터 프리워커야 라고 마음먹으면 시작하면 되는 것이지! 포지셔닝이다. 내가 워킹맘이면 워킹맘이다. 내가 육아도 하고 일도 하기 시작했으면 워킹맘인것이고, 회사에 나가지 않고 자유롭게 나를 위한 일을 시작했다면 프리워커다.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만의 일을 시작했다면 프리워커. 대신, 그 시간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한다. 내가 일을 해낼 수 있는 성취감이 있는 반면, 집안일과 육아에 에너지를 쓰는 비중은 줄어들테니. 전지전능한 에너지가 갑자기 주어지는 것이 아닐테니. 



오늘부터 그 누구라도 프리워커를 시작할 수 있다. 

내 시간에 대한 책임, 그리고 내 주변을 적당히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말이다. 

나는 오늘 적당한 집안일과 강의 준비를 마치고, 글을 하나 기록하고 육아스위치 ON을 한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루틴은 아니며 스스로 시간과 치밀하게 소통한 3년간의 내 결과값이다. 




ON-OFF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어느덧 시간에 맞춰 적당히 조절할 줄 아는 프리워커 3년차. 

오늘도 프리하게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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