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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미령 Sep 11. 2023

월천, 마음만 먹으면 버는줄 알았지

온라인에 돌고있는 약도 없다는 월천역병 이야기 


10년차 직장인을 그만두고 내가 처음 번 돈 3만원


온라인 세상에 들어온지 3년차. 어찌보면 온라인 세상에서, 새싹같은 내가 회사에서 받은 월급말고 처음 얻은 수익은 30,000원이었다. 작고 소중한 이 돈을 내가 벌었다고? 10년간 증권회사를 다니며 큰 액수의 돈을 보기도 했고, 내가 수익으로 얻어보기도 했다. 내가 돈을 대하는 사이즈는 커져만 갔고, 내가 그 사이즈 만큼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내 그릇이 아니라 남의 그릇인데 말이지. 내가 일했던 분야의 그 자리에서는 경력직이지만, 결국 그 자리를 일어나면 내 경력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그만두고 나서 알았다. 사회적 정체성을 벗은 나는 마치 헐벗은 채 길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쌓아온 10년의 시간을 지우고 나니, 나는 더이상 팀장도 아니고 권주임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그냥 00의 엄마, 내 이름 석자만 남은 기분이었다. 생산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육아와 살림에서는 효율도 없었다. 그렇게 자기계발을 하고 하다가 처음 커뮤니티 안에서 습관 프로젝트를 하며 벌어봤던 돈 3만원을 잊을 수 없다. 그 3만원으로 나는 나의 쓸모있음을 재발견했다. 정말이지 감사했다. 그동안 내가 벌어왔던 월급과 주식 수익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작은 돈인데 그 가치만큼은 어마어마했다. 돈이 적든 크든 벌어본 경험 하나가 큰 기회를 가져다줬다. 조금 더 큰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3만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돈도 프로젝트를 하는 분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커피도 쏘고 간식도 쏘며 남는 건 없었지만 기쁨 그 잡채였다. 





방구석에서 50대, 60대, 70대도 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월천역병"

나는 왜 월천의 흐름에 끼지 못하는 거지?



다들 돈 벌었다고 난리다. 유튜브로, 블로그로, 인스타그램으로 강의로. 온라인에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기회의 땅이라고 이야기한다. 저들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해? 라는 마음과 내가 뭐라고 무엇으로 월천을 벌어. 라는 마음이 혼재하며 긍정확언에는 "월1000만원 달성"을 적고 있는 나 어떤데? 모순 그 자체.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돈 밝히는게 나쁜게 아니니까. 내가 벌어본 만큼 또 벌 수 있고, 그만큼의 그릇을 갖게 될 수 있으니까. 온라인세상에서 만난 월천역병에 걸린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실제로 월천을 번 사람들, 그 이상을 번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막연하게 월천을 무작정 달성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덩그러니 서 있자니 <내가 진짜로 바랐던 건 무엇이었는지>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어가 있고 단단한 콘텐츠 속에서 커뮤니티 속에서 피어나는 수익화야말로 진정 향기로운 꽃이 아닐까. 누군가는 여전히 '고상한 척 하고 있네.' 라고 말할지 모른다. 광풍처럼 불어닥친 돈 되는 수익화 열풍 속에서 내가 발견한 건 역병이 퍼지는 속도로 번져와 화르르 불사르고 사라져 가는 사람들. 결국 롱런하는 사람들은 잔잔하고 단단함 속에서 꽃을 피우고 오래도록 잔향을 남기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나 또한 한 때는 "무슨 월 천이야. 백만원만 벌어봐도 좋겠다." 라는 소박한 마음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벌어보니,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또 어떤 이들의 방식을 보고 '저렇게도 돈을 벌 수 있다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엔 이렇게 다양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구나. 내 마음엔 거부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결국엔 그냥 인정하고야 말았다. 그 사람의 방식이 어떻든 리스펙. 인정. 그들의 방식을 내 기준으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건 의미가 없는거구나. 그 방식을 알게 되었음에도 실행을 하고 안하고는 내 선택인 거고, 남들이 하고 안하고는 나의 의견은 노상관이니까. 하핫. 




신박하고 오묘한 그들의 돈 버는 방법이 쉬워보이고 얕아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하지 않는 건 고상한 척 + 내가 아직 그걸 받아들일만한 그릇이 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창 자기계발 도서에 취해 있을 때, 성공하는 사람은 무조건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것저것 재지말고 고민하지 말고 변형해서 생각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을 무.조.건 따라해보고 실행하는 사람. 너무 생각이 많으면 나아갈 수 없다고. 그 말이 딱이다. 생각많고 해석이 많은 내게는 참 어렵다. 내가 월천역병에 감염되지 못한 건, 혼자만의 해석과 고상한 본질만을 쫓는 고리타분함이 있어서가 아닐까. :) (깨어나자!!!) 





쉽게 말하는 것 같지만 

그들에게도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을거야 




결국 내 선택과 해석의 문제겠지만, 월천을 벌어보는 것 또한 인생의 중요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건 월천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과 그것을 뛰어넘을 플랜B가 있어야 하고, 퀀텀점프의 점프를 지속할 수 있는 코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지. 코어 적당히 키우고 자잘한 성공의 경험을 덧붙여 잔근육을 같이 키워보자. 첫 수입 3만원에서 시작해 한 번에 월 200만원은 벌 수 있을 힘을 키운 나처럼! 항상 '나'라는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지만, 작은 극복과 돌파로 가다보면 언젠가 월천에 도달하는 날이 오겠지. 모두가 한 순간에 월천을 뛰어넘지 않았을거다. 달성했기 때문에 지금 해 봤기 때문에 담담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모든 순간이 위기였을 것이고 포기 직전의 순간들이었으리라. 월천, 부럽다. 누구나 가져볼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니까.

내가 바라는 건, 부럽긴 하지만 한 순간에 원펀치로 월천을 달성하기를 바라는건 희망고문에 가까우므로 시간을 담아 자신의 코어를 단단하게 채우는 시간을 갖자는 것. 회사의 승진체계가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나의 것을 쌓아 내 일을 하고 있기에 상상해보고 그려볼 수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다. 내가 아직도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나는 그저 입 벌리고 보너스 떨어지길 기다리고만 있었겠지. 나의 월천역병 감염 소식은 내년에 전할 수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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