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Mar 26. 2018

중국의 프로파간다 발레

춤을 그저 춤으로 보게 될 수 있는 날도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여행 매거진 BRICKS Trip - 춤추는 세계 #2


 작년 이맘때 나는 중국 샤먼廈門과 대만 진먼다오金門島 등을 여행했다. 일반적인 여행으로는 별로 갈 일이 없는 이곳에 간 이유는, 인류학자인 남편 때문이었다. 분단, 경계, 평화라는 연구 주제와 관련하여 양안지역 답사 여행을 한다기에 나도 동행했던 것이다. 샤먼시 다덩다오大嶝島와 대만 진먼다오金門島는 1949년 국공내전 후 1992년까지 중국과 대만의 경계지역으로 군사적 대립이 있었던 곳이다. 거리도 서로 가까워서, 헤엄치면 갈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다. 중국과 대만이 양안은 하나의 중국이라 합의한 92공식九二共識 이후 중국과 대만은 교류를 시작하였고, 현재는 두 경계지역에서 언제 서로 대포를 쏘고 삼엄하게 경계를 했었냐는 듯 서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군사시설들은 기념 공원이 되어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워 대만을 압박하고 있고, 대만 민진당 정권은 자신들이 중국에 독립적인 국가임을 주장하고 있다. 갈등은 이밖에 다방면으로 산재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단국가에서 사는 나에게 엄청나게 부러운 점이었다. 


 여행 중 예전 군사시설을 둘러보는 일정은 사실 흥미롭지 않았다. 각종 무기, 군함과 탱크, 초소, 선전용 스피커, 지하갱도, 기지 건물 등은 군대나 전쟁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그저 무심한 광경들이었고, 전시관에 있는 인물들의 사진이나 포스터도 나로서는 뭔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중국 대등도의 전시물들은 한자는 물론이고 중국 공산혁명 역사와 인물의 계보까지 정통해야 했으니 그냥 생각 없이 쭉 훑어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는 게 딱 하나 나왔다! 중국 문화혁명 시기 당에서 모범적인 프롤레타리아 예술작품으로 지정한 작품 중 하나, <홍색낭자군>의 포스터였다.



 문화혁명 시기 마오쩌둥과 그의 부인 장칭이 혁명 모범작품으로 지정한 경극, 교향곡, 발레 여덟 작품을 ‘양판희(樣板戱)’라 하는데, <홍색낭자군(紅色娘子軍, The Red Detachment Of Women)>도 그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1934년 하이난海南 성에서 일어난 젊은 여성들의 반봉건투쟁을 다룬 발레이다. 발레 같은 부르주아 예술 장르와 중국공산당의 프로파간다가 어쩌다 만나게 된 것일까? 얼핏 생각하면 정말 안 어울리는 만남이다.




중국의 프로파간다 발레, 자세한 이야기는 도서 『춤추는 세계』에서 만나보세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76596401?scode=032&OzSrank=1




글 허유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춤과 관련된 수업과 글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춤들에 관심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례가 아니라도, 만담이 아니래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