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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Apr 02. 2018

계획이 없다고 망설일 이유는 없지

떠나 있지만 떠난다

여행 매거진 BRICKS Trip 떠나 있지만 떠난다 #1


“나 크리스마스 때 열차 여행 하려고.” 


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친구가 한마디 툭 내뱉는다.


“넌 떠나 있는데도 또 떠나니?”


듣고 보니 그렇다. 


나는 지금 도쿄에 살고 있다. 3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꽤 오랜 시간을 만난 연인과 헤어지게 되었고 그 슬픔을 감당하기 버거웠던 나는,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해도 겁은 또 많아서 멀리는 못 가고 먼 나라이면서도 이웃 나라인 이곳 일본, 도쿄를 여행했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반할 때 3초면 충분하다고 했던가. 내가 이 도시에 반하는 데에도 3일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살아보자 해서 한국을 떠나 살게 된 것이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코인란도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야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니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365일 4계절을 살아 보면 한국에서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단지, 길거리의 간판에 쓰여 있는 글자나 주로 들리는 대화가 ‘일본어’라는 것. 여름이 무지막지하게 덥다는 것. 그뿐이다. (그래도 도쿄라는 도시를 여전히 좋아한다.)


도쿄의 여름


겨울의 시작을 알리던 12월 초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역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가려는 순간, 나는 무엇인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청춘 18 티켓’의 발매 시작을 알리는 광고 포스터였다.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아키타秋田현의 어느 간이역 사진과 함께 적혀 있는 짧은 문구.


縁起いい駅名に出会った。いいことがはじまる予感がした。

(행운을 부르는 이름을 가진 역을 만났다. 좋은 일이 시작될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행운. 

좋은 일이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광고 참 잘 만들었다고. 지금 내가 저 티켓을 들고 여행을 하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일본의 광고를 보고 있자면 무언가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이 울컥 솟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고민 없이 바로 역 창구로 가서 청춘 18 티켓을 구매했다. 언제나 그러하듯 여행을 떠나게 되는 동기라는 것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내 마음을 흔드는 사진과 짤막한 문구 하나로도 충분하다. 시작 또한 계획적이지 않다. 나는 여러 가지 사정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조금은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고는 했다.


떠나 있지만 떠난다. 


청춘 18 티켓


청춘 18 티켓이란, 일본 전국의 JR(Japan Railway) 열차를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티켓이다. 가격은 12,000엔 정도로 총 5회 사용 가능하다. 봄, 여름, 겨울 시즌에 맞춰 발매 날짜와 사용할 수 있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보통열차만 탑승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름이 ‘청춘 18’이라고 되어 있지만, 나이 제한이 없다. 18살이 아니어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기차에 올라 탄 누구나 중 한 사람이 되어 이제 며칠의 여행을 적어 보려 한다. 




글/사진 미도리

‘앞으로의 삶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 라는 생각에 돌연, 평소 동경하던 도시인 도쿄에의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여행하며, 산책하며, 사진 찍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37mi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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