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 댄스
아일랜드 더블린의 겨울은 해가 빨리 떨어져 긴 밤을 잘 보내야 했다
여행 매거진 BRICKS Trip - 춤추는 세계 #5
2년 전 겨울, 유럽을 짧게 여행한 적이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사흘간 머물렀는데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서 많이 돌아다닐 수는 없었고 긴 밤을 잘 보내는 게 중요했다. 그리하여 이틀 밤 내내 살뜰하게 맥주와 싱글몰트 위스키 술맛을 보느라 체력을 불살랐다. 바쁜 일정에 관광을 충분히 못 한다면 술맛이라도 보는 것이 남는 것. 전문적인 술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템플 바와 아이리시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아이리시 바에서 짧게나마 그들의 음주문화를 경험하고 보니, 술맛은 아일랜드가 좋고, 음주문화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나는 음악과 흥청대는 술꾼들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아이리시 바에서는 옆자리 아저씨가 태어나서 한국 사람은 처음 본다며 기네스 맥주를 두세 잔 사주시기도 했고, 아이리시 음악에 맞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플로어에 나와 춤을 출 때는 관광버스에 오른 우리나라 아줌마 아저씨들처럼 맥락 없는 춤을 신나게 췄다. 그것만으로도 흥이 넘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떠나는 날 아침 숙소 근처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찾아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아이리시 댄스 슈즈 가게를 지나가게 되었다. 탭 댄스 슈즈가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는 쇼윈도를 보니 그때서야 ‘아 맞다, 아이리시 탭 댄스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향의 도시 더블린에 왔다는 낭만적인 기분은 숙취에 묻혀 있다가 탭 댄스 슈즈를 보고 나서야 되살아났다. 짧은 일정이라 ‘리버댄스river dance'나 '로드 오브 더 댄스lord of the dance'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리시 댄스 쇼를 못 보고 간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일랜드 전통춤은 사교춤과 극장춤 모두에서 상체를 수직으로 세우고 현란하게 발을 움직이며 팔 동작이 거의 없는 특징을 보인다. 사교춤인 세트 댄스set dance와 케일리 댄스ceili dance는 커플이 자리를 이동하며 일정 동작구를 반복하는 유럽 사교춤 형식이 아일랜드화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 춤인 솔로 탭 댄스들은 현란한 발동작과 수직적 형태가 훨씬 더 강조된 것들로 아일랜드에서는 이를 스텝댄스step dance라고 부른다.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했던 시기, 민족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통음악과 춤이 성문화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인지 지금은 더욱 독특한 형태를 지닌 아일랜드 고유의 춤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의상과 머리 모양뿐 아니라 동작 자체가 그러하다. 이런 특징은 춤 경연대회에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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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유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춤과 관련된 수업과 글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춤들에 관심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