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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Feb 18. 2019

알바니아의 춤

그것은 마치 앞으로 펼쳐질 나의 결혼생활에 대한 축복의 메시지 같았다.

여행 매거진 BRICKS Tour

춤추는 세계 #9




 2014년 가을 그리스, 알바니아, 마케도니아로 허니문을 떠났다. 결혼식은 생략한 채 떠난 신혼여행이었기에, 앞으로의 결혼생활에 대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리스 외에는 모두 낯선 나라들이었기에 여정 자체가 신기한 모험이어서, 막상 결혼에 대한 각오나 의지 따위를 이야기할 겨를은 없었고, 언제나 그랬듯 술맛 보느라 밤마다 달리는 바람에 간신히 일어나서 이동해야 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알바니아다.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 친절한 사람들, 싼 물가 때문에 너무나 매력적인 나라였다.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 알바니아 첫 도시는 지로카스터였다. 오래된 오스만시대 건축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구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도시다. 여기서 묵었던 숙소도 220년 된 가정집이어서 고풍스런 분위기는 물론, 마을 사람들의 서민적이고 단란한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동구권 몰락 이후 알바니아는 특히 더 어려워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공산주의 독재를 40년간 이어갔던 엔베르 호자의 죽음 이후, 자본주의 경제와 개혁 개방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국민 대다수가 다단계 사기에 빠져 경제파탄에 이르기도 했고, 다른 나라와의 교류 없이 수십 년 정권이 이어지다 보니 민주국가가 된 지금도 그 여파가 남아있어 사회기반시설이 미비하다. 20세기 이후 복잡다단한 역사, 공산주의 하에서의 지독한 탄압, 90년대에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계속된 혼란 등으로 알바니아를 떠나 난민이 된 사람들도 전세계에 많다. 특히 헐리웃 영화 등에서 이런 알바니아 출신들이 범죄자로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었기에, 알바니아는 매우 비정상적인 독재국가에 현재 최빈국이고 마피아가 득실대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지로가스터


 그러나 지로카스터에서부터 느낀 것은, 다소 퇴락한 곳으로 보일 수는 있으나 혼돈과 위험이 지배하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직 여행자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동양인 자체를 볼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우리를 관광하는 일이 여행 내내 이어졌지만, 누구든 친절했고, 어딜 가든 ‘한국 사람이 왔다더라’는 소식이 동네에 퍼져서 오히려 안전하게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스는 그리스어 알파벳을, 마케도니아는 키릴 문자를 쓰기 때문에 간판이나 표지판도 읽기 힘들었던 반면, 알바니아는 로마자를 쓰기 때문에 마음이 좀 편한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세 나라 중 음식이 가장 맛있고 다채로웠으며 술맛도 괜찮아서 마음에 들었다. 여하튼 첫 도시에서 느낀 것은 ‘여기 딱 내 스타일인데?’라는 것이었다.




알바니아의 춤, 자세한 이야기는 도서 『춤추는 세계』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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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허유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춤과 관련된 수업과 글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춤들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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