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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Oct 27. 2016

코스타리카에서 만난 대자연, 그리고 나무늘보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여행 매거진 BRICKS City - 행복의 나라, 코스타리카 #3


나무늘보는 슬로우라이프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푸에르토 비에호 데 탈라망카(Puerto Viejo de Talamanca)는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국경 지대에 있는 관광지이자 생태의 보고인 지역이다. 푸에르토 비에호는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파나마의 보카스 델 토로(Bocas del Toro)라는 매우 유명한 관광지에 가는 길에 주로 들르는 곳인데, 그곳은 높은 파도 때문에 서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전편에서 언급했듯 이곳에는 유명한 동물 보호 구역이 두 곳이 있다. 나무늘보 보호구역과 재규어 보호구역. 관람용으로 해외 또는 국내의 희귀 동물들을 가둬놓고 전시하는 동물원과는 달리 이 동물 보호구역은 어미를 잃은 새끼나 상처를 받은 동물들이 잠시 보살핌을 받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본래 야생성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나무늘보 보호구역에서 만난 한 나무늘보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어 너무나 연약하고 가냘파 보였다. 나무늘보는 슬로우라이프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매우 느리게 움직이고 잠도 많이 자기 때문에 게을러 보이기도 하지만 위장이 음식물을 소화하고 이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무늘보의 위장은 매우 튼튼해서 거친 이파리도 소화해낼 수 있지만 음식을 먹은 후 이를 완전히 소화하기까지는 최소 한 달이 걸린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런 소화 시스템을 가지고도 여태 존속하는 게 용하기도 하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면서 물질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늘 고독하고 자주 상실감에 빠지는 인간들보다 적게 먹고 느리게 움직이는 나무늘보가 훨씬 더 여유로워 보인다.





몬테베르데에서 얻은 교훈


 코스타리카의 몬테베르데(Monteverde)에서 만난 자연은 내 인생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광활했다. 뉴스위크가 ‘세계에서 사라지기 전에 한번은 가보아야 할 곳’ 14곳 중 하나로 꼽은 몬테베르데는 인간의 손때가 거의 묻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자연이 보존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쿠리 칸차(Curi Cancha) 자연 보호구역은 코스타리카의 국민새 케찰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입장하는 관광객도 나 혼자였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니 안내원이 지도를 하나 주면서 길을 안내해 줬다. 길이 여러 갈래로 되어 있는 것을 보니 길을 잃지는 않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십분 쯤 걸어 들어가니 표지판 외에는 사람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주변에 빽빽이 서 있는 열대 나무들은 이 자리를 몇 백 년을 지키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둘레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케찰 새들은 형태는 보이지 않고 멀리 꽤액꽤액 소리만 들렸는데 마치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보던 공룡이 내던 소리 같기도 해 무서워졌다. 조금 더 들어가니 이제 완전히 거대한 열대 우림의 중심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매우 고요한 가운데 모든 것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부터 나무에 기생하고 있는 이끼까지. 원시 인류들이 이런 기분을 느끼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와 나를 공격해도 내 손에 든 펜 한 자루와 생수 한 통 가지고는 어찌 손 써볼 수 없는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자연 가까이에서 살아가다 보면 바다나 산으로 여행을 갔을 때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인간은 원래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자연스럽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이런 단순한 진리 안에서 살아간다. 자연이 버틸 수 없는 곳에서는 인간도 버틸 수 없다, 자연 안에 살아가는 게 자연스럽다는 감정이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곳에서의 삶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해 줄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일이다.





글 강수진

코스타리카의 유엔평화대학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전공했다.
지구별의 모든 사람이 환경친화적이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책 입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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