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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May 12. 2020

마음을 스트레칭하는 음악 - 뮤지션 우아이에오 인터뷰

찌뿌둥한 당신의 마음을 스트레칭해 줄 음악, 우아이에오

우아이에오 대표 이미지


뮤지션 우아이에오는 지난 2018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uaieo)에 하루의 기분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리고 2020년 5월 2일, 그간 업데이트한 음악 중 세 곡을 편곡하여 첫 정식 싱글을 발표했다. 우아이에오의 국내 음원 유통 방식은 말 그대로 독립적이다. 음원 유통사를 통하지 않고 음악상점 ‘우아이에오(https://uaieo.kr/)’에서 직접 다운로드하여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을 좍좍 벌려 “우!아!이!에!오!” 외치며 시작한 인터뷰.




Q.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A. 안녕하세요. 우아이에오입니다. 밴드 ‘신나는섬’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구요, 인스타그램에 ‘1분의 음악’ 스케치 작업을 게재하면서 자연스럽게 솔로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년 동안 90곡을 만들었더라구요. 그 중 몇 곡을 완성해서 최근 앨범을 발표했고 테마에 맞는 음악들을 모아 시즌별로 앨범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우아이에오는 제 스스로에게 거는 일종의 주문(유연하게 느슨하게!)이었는데 활동명으로 정하고 보니 혼자서 경쾌한 얼굴로 외치고 있는 모습이 되고 말았어요. 실제로 신나게 호키포키 걸음을 걸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느긋하고 침착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아이에오



Q. ‘마음을 스트레칭하는 음악’이라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아티스트로서 지향하는 음악은 정확히 어떤 건가요?


A. 바쁘게 일상을 지내다 보면 내 기분이나 상태를 잘 들여다보지 못하잖아요. ‘1분의 음악’ 작업을 하면서 생각보다 뻣뻣하고 경직되어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그것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부분이 제가 저에게 한 일 중 가장 잘 한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즐거움이란 건 음악의 완성까지 쫓아가 보는 과정에서만 찾아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눈을 감고 우아이에오 작업을 하는 순간을 단순하고 동그란 빵집이라고 상상해 봅니다. 레시피를 바꿔 가며 새로운 빵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거예요. 어떤 건 ‘우’처럼, ‘아’처럼 부풀어 오르고 어떤 건 ‘이’처럼 길쭉해지지요. 이것이 제 음악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정말로 그런 빵집에 매일 출근하는 것이 꿈이긴 합니다.


우아이에오 로고



Q. 첫 싱글 세 곡을 묶어서 ‘Root Seoul’이라는 이름을 달았습니다.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A. 저는 제가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해요. 리그 밖으로 던져진 사람, 리그 밖에 머무는 사람.


바이올린으로 학업을 마칠 때까지 클래식의 세계에서 어쩐지 아웃사이더처럼 지냈어요. 계속 이런 식으로 연습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매우 현실적인 자각으로 대중음악을 선택했지만 지금의 음악 활동에서도 음악 장르를 말하기가 머뭇거려집니다. 음원 사이트 카테고리 어디에 정확하게 동그라미를 쳐야 할지 모르겠는 지점이 있어요. 요즘 저는 판소리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음악 영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저는 완전한 아웃사이더입니다. 국악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클래식 전공자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웃사이더들한텐 어떤 쿨함이 있고, 거기서 매력적인 부분이 싹튼다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살면서 서양음악을 배우고 20세기에서 21세기까지 지나오고 있어요. 감성의 변방에 살고 있지만, 정작 사는 곳은 광화문 근처이고, 매일 아침 궁궐을 산책하곤 해요. 우아이에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1분의 음악’ 작업물 중 지금 제 현실과 직접 맞닿는 음악들을 모아 보았고, 그게 바로 ‘Root Seoul’이에요.


<Root Seoul>



Q. 멜론 같은 음원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우아이에오’ 홈페이지에서 직접 다운로드 방식으로 음원을 판매하기로 한 이유가 있을까요?


A. 빵집에 출근하는 게 꿈이라고 했지만, 저는 홈쇼핑 사장님도 되어 보고 싶었어요. 진심으로요. 가내수공업으로 직접 만든 것을 판매하고 직접 관리까지 해보는 거죠. 저는 멜론, 아이튠즈, 네이버뮤직에 매달 돈을 내며 12시에 발매되는 새로운 음악들을 스트리밍으로 듣고 있어요. 반성모드가 되고 싶을 땐 제가 하는 밴드 음악도 이곳에서 한 번씩 들어봅니다. 그런데 다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으며 예전에 테이프나 바이닐, CD로 음악을 들을 때와는 뭔가 달라졌다고 말하잖아요? 음악이 말 그대로 소모되고 그냥 흘러가 버리는 거예요.


음악을 들으면 어떤 기억이 그 음악과 정확히 겹치는 때가 있죠. 배경음악처럼요. “아, 이 노래는 내가 졸업하던 날 경양식집에서 들었던 곡이었는데” 혹은 “예전 남자친구가 녹음해서 준 카세트테이프 A면의 3번째 곡이네. 걔는 잘 지내고 있을까?” 뭐 그런 식으로요. 어떤 음악이든 어떻게 들었나 하는 키워드가 누구에게나 있고, 그런 스토리가 음악과 함께 담기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CD처럼 라이너 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음원 사이트에선 그런 게 불가능하니까요.


또, 음악을 지불하고 소유하는 과정 사이에 커다란 플랫폼 없이 서로의 거리를 좁혀본다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뭐, 홈페이지 관리가 힘들어지면 재고하겠지만요….



Q. 마지막으로 이번에 내신 세 곡의 싱글에 관해 들려주세요.


A. <호접몽>, <Waterfall>, <수증기> 세 곡을 발표했습니다. 세 곡 모두 동양적인 선율이 있는 곡들이에요.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감정으로 썼던 곡이긴 하지만, 저에게 있었던 성장통에 관한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고요. 모두 반전이 있는 음악들이니 꼭 끝까지 들어주세요. 


<호접몽>은 장자의 꿈에 대한 이야기인데, 달콤한 말장난 같은 세계관에 푹 빠져서 그 ‘경계면’에 대해서 표현해 보고 싶었던 음악입니다. 죽음과 태어남의 경계, 감정과 감정과의 경계면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당나귀를 타고 걷는다면 이런 풍경이 아닐까 상상하면서 음악을 만들어 보았어요. 휘슬, 바순, 허디거디, 스트링, 우드윈드, 피아노의 다채로운 하모니를 즐겨 주세요. 


<호접몽> 트레일러



<Waterfall>의 처음 제목은 ‘태풍전야’였습니다. 어딘지 모를 불안이 내재된 곡이었고 그 안의 순응, 평화로움의 상반된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편 42편의 waterfall에 합창 멜로디를 붙여보았습니다. 


Abyssus abyssum invocat in voce cataractarum tuarum Omnes gurgites tui et fluctus tui super me transierunt 

당신의 폭포 소리에 따라 너울이 너울을 부릅니다. 
당신의 파도와 물결이 모두 제 위를 지나갔습니다.  


<Waterfall> 트레일러



<수증기>는 제 목소리와 휘파람으로 만든 음악입니다. 4개의 유리 마찰음과 riqq, udu drum 등 퍼커션을 대치해서 원초적인 감각을 표현했습니다. 


<수증기> 트레일러


세 곡의 싱글 모두 국내외 아티스트와 함께 아트워크를 만들었어요. 그들의 작업기도 여기에 함께 소개되면 좋겠네요.




<호접몽> 싱글 재킷


<호접몽> 앨범재킷 아트워크 by Elena Caltz (@caltzzz)

저는 매우 생생하고 강렬한 꿈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제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저와 관련 없는 아주 작은 사람들이 제 머릿속에 식민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현실을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호접몽Dream of the Butterfly> 그림에 표현된 세상이 바로 그 강렬한 꿈의 일부입니다.

과연 누구의 세상, 누구의 생각일까. 


작업을 하는 동안 나비들이 느닷없이 제 머릿속 세상을 놀라게도 하였지만, 아주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2019 루멘 프라이즈에서 최종 후보까지 올랐으며, 멕시코시티 대사관에 전시되기도 하였습니다. 계속해서 창작 작업을 해 나갈 희망과 동기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호접몽> 트레일러 아트워크 by 김성혜 (@mumuri_ / www.foams-of-wave.com)

시간에 인한 즉흥성에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면 작업인 페인팅과 흙을 만져 물성을 가지는 도예, 두 작업 모두 “수렵-채집-그리기”의 과정을 거치지요. <호접몽> 음악을 들으며 오래된 부족의 지혜로운 노인의 죽음을 떠올렸습니다. 노인을 사랑했던 부족 사람들이 그의 무덤에 다가가 무덤 위로 저마다 고인과의 기억이 담긴 물건들을 쌓아올립니다.


그림이나 돌멩이, 깃털, 동물, 별빛이 쌓이고, 그 위로 나비가 날아듭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모든 게 흙으로 뒤덮이고  그 위로 다시 나비가 날아들고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는 이야기로 음악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Waterfall> 싱글 재킷


<WATERFALL> 앨범재킷 아트워크 by 이경돈 (@tezodonlee / www.tezodonlee.com)

음악을 토대로 폭포가 떨어지는 숲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그 위로 폭풍이 다가와도 좋겠더군요. 폭풍을 견디는 인간의 합창, 폭포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에의 순응. 그런 느낌을 약간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싱그러움과 평화로움 아래 내재한 불안함을 표현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증기> 싱글 재킷


<수증기> 앨범재킷 아트워크 by Goto Sachiko (gotosachiko.tumblr.com)

저는 이 그림을 겨울에 그렸습니다.


귀가 아파질 듯한 추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색연필로 밑칠을 하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한 다음, 물감이 마른 뒤에 긁어서 선을 그렸습니다. <수증기>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느낌. 어깨의 힘을 빼고. 피곤할 때나 자기 전에 듣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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