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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Nov 09. 2016

일상을 축제처럼

미국 뉴올리언스의 프렌치 쿼터 페스티벌

여행 매거진 BRICKS Trip - 직딩 여행작가의 여행법 #2


 “뉴올리언스 축제에 가지 않을래?”


 뉴욕에서 지내던 시절, 한 미국인 친구가 물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거였다면 뉴올리언스가 여행지 후보로 오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멀기도 하고, 여행의 로망을 키울 수 있을 만큼 그곳에 대한 정보가 있던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뉴욕에서라면 조금 다르다. 일단 5시간의 비행이면 도착이고, 미국 국내선에는 워낙 많은 항공사들이 알아서 경쟁을 해주는 덕에 티켓도 저렴했다.



 뉴올리언스를 다녀왔다고 말하면 내가 듣는 첫 마디는 보통 이렇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했던 그곳?” 그래, 그곳, 어마어마한 물질적 피해를 입고 아직까지 그때의 상처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곳. 그래도 삶의 터전을 버리지 못해 머물러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곳.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피해가 심각했던 지역 대부분은 거의 복구가 된 듯하지만 변두리에는 복구를 포기한 채 폐허로 남은 집이나 건물들이 쉽게 눈에 띈다.

 그때의 악몽을 가슴 속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지워버리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매년 이 도시에서는 온 도시가 들썩이도록, 아니 온 미국이 들썩거릴 만큼 거대한 음악 축제를 벌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모든 축제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료’라는 것. 그래서 나 역시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축제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프렌치 쿼터 페스티발(French Quarter Festival)은 일 년 내내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뉴올리언스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인기 축제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기업들이 주요 스폰서로 참가한다. 축제가 개시되면 3일간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시내 열 곳의 중심 거리에 설치된 스테이지에서 무료 공연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재즈, 블루스, 록, 컨트리, 클래식, 힙합. 다양한 장르의 밴드와 가수들이 한껏 흥을 돋운다. 미국에서 가장 큰 무료 축제로 인정받은 공식 기록도 있는데, 2014년의 경우 입장객이 73만 명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공연을 찾고 무대 앞에 서서 리드미컬한 장단에 맞춰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고 나름의 스테이지 위를 누빈다. 그러다 지루해진다 싶으면 다른 무대, 다른 스테이지로 이동한다. 축제 속의 축제, 이보다 심플할 수가 없다.


 
 흥겨운 만큼 허기도 빨라진다. 잔디밭에 앉아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음악이 곁들여진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준비 없이 왔더라도 거리 여기저기에 세워진 푸드 코트마다 정통 남부 스타일의 음식이 선보여지고 있으니 걱정할 게 없다. 거리에서 맛보는 콘 브레드, 크로우 피쉬, 검보, 잠발라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데 어우러져 맛과 흥의 시간을 보낸다. 세상 그 어떤 고민도 없다는 듯, 세상 어떤 고민도 잊을 수 있다는 듯.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하늘 위로 꽃가루가 터진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수고했다고 격려도 하면서 다음 해에 펼쳐질 더 멋진 축제를 기약하며 행사가 마무리 된다.





 축제 현장의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주목 받으며(?) 3일을 동고동락, 그 안에서 내가 느낀 가장 큰 부러움은 그들의 미소 속에서 느껴지던 삶의 여유와 행복이었다. 일상을 축제처럼, 그리고 축제를 일상처럼 즐기며 살 수 있다는 것,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리듬을 타고 싶으면 리듬을 타고, 흥이 나서 춤을 추고 싶다면 어디서든 벌떡 일어나 춤을 추는 것. 그들의 당당함과 자신감. 전형적인 한국인인 나에겐 그런 모습은 그저 신기하고 부러울 따름이었다.

음악을 사랑한다면, 그 어떤 흥이라도 감당할 수 있다면, 세상 최고로 신나는 축제를 경험하고 싶다면, 정답은 뉴올리언스다. 밤낮 가리지 않고 놀 수 있는 빵빵한 체력과 언제 어디서든 그들의 미소에 답해줄 마음의 여유가 준비되었다면!





글/사진 루꼴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다.

그녀의 <뉴욕 셀프트래블>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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