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Feb 21. 2017

어디서 볼까요?

글을 쓰고 편집하고 발행하는 사람이라면 욕심이 난다.

 가끔 관리하고 있는 사이트가 몇 군데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어딘가에 대놓고 광고할 만한 잉여의 자본도 없는 잡지의 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다. 홈페이지, 페이스북,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허브 줌.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가 조금씩 늘어나고 브런치의 구독자 수가 감사하게도 천 명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래도 무의미한 노력은 아니었다, 역시 필진들의 좋은 원고가 빛을 발한 것이겠지, 남에겐 잘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자축한다. 각 플랫폼마다 독자도 별로 겹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어디 로그인할 때마다 눈에 띈다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공식적으로 첫 오프라인 잡지/단행본이 될 'A Day in Hong Kong' 출간 준비를 차치하고 나면, 웹진 기반의 여행 매거진 BRICKS는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봄에 자리를 내줄 듯 말 듯 기어코 강추위와 함께 다시 돌아오는 겨울처럼 천천히 해빙하고 있다.


 웹에 올리는 글은 개별적이다. 같은 볼륨이나 기획으로 묶어도 모든 글은 저마다의 링크가 따로 있고, 독자는 그걸 각각 클릭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하긴 읽는 노력에 비하면 그리 수고스럽다고 할 수도 없겠지만. 그곳의 콘텐츠 관리자가 직접 글을 골라 올려주는 허브 줌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긴 글이 많은 매거진 BRICKS를 읽기 좋은 플랫폼은 바로 이곳, 브런치다. 누구나 스크롤을 내리면 막이 걷히듯 올라가는 메인 사진에 감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제목보다 더 고심해서 쓰게 되는 소제목의 존재감 또한 만만치 않게 묵직하고 말이다. 그러나 브런치 역시 올라오는 순서대로 피드를 받아보는 형식이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있다. 지나간 글은 잘 읽히지 않는다. 시간의 힘은 무엇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다른 블로그로 말하자면 카테고리라 할 수 있는 '매거진'이 있긴 하지만, 나조차도 피드를 누르는 데 익숙하지 어떤 매거진을 찾아서 보진 않는다. 아쉽구나, 발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예전 글도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욕심은 어쩔 수 없나 보다.


ISSUU


 그래서 분기마다 발행한 순서에 상관없이 비슷한 테마의 글을 모아 기획물을 내보기로 했다. 인디자인으로 편집해서 PDF로 만들고 웹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마침 ISSUU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디자인은 죄송하게도 편집자가 직접 했다. 두꺼운 인디자인 강좌 한 권을 사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디자인을 했다. 당연히 볼품은 없었다. 앞으로도 볼품은 없을 것 같다. 출간 예정인 단행본이나 다른 기관에 보내는 브로셔는 DNC라는 디자인 회사의 신세를 지고 있지만, 어쨌든 여기엔 비용이 들어가니까 웹진까지 디자인을 맡기는 건 과하다. 매거진 BRICKS를 독립 잡지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조금 모호하더라도 어쨌든 이 정도면 그 반 정도 타이틀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누군가 멋진 발음으로 "인디 트래블 매거진이래"라고 지인에게 소개해 주는 상상을 해 보자. 인디는 그냥 이유 없이 정이 가지 않나. 어딘가 서툴고 거친 기색을 인정해 주는 걸로 어쩐지 관용의 넓이가 손톱 끝만큼 넓어진 것도 같으니까.



 현대인은 바쁘다. 도시인이라면 거기서 두 배는 더 바쁘다. 이런 우리에게 몇 편의 글을 한 자리에 앉아 모두 읽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한 편 한 편 짬이 날 때마다 피드를 받아보는 편이 시류에 더 어울리고, 그래서 모든 플랫폼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글을 쓰고 편집하고 발행하는 사람이라면 욕심이 난다. 한 권의 책, 한 권의 PDF로 글을 묶어 선보이고 싶은 욕심. 누군가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중하게 재미있게 읽어주고, 거기서 일관된 무언가를 찾아내길  바라는 욕심. 이미 우리 모두가 저만치 앞으로 쓸려가고 있는데 자꾸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손짓하고 싶은 욕심. 각자가 조각배이고 이곳이 섬이라면, 어떤 배들은 섬으로 회귀하기도 할 것이다. 너무 뒤쳐진다고 느껴지진 않게 하기 위해 할 일은 결국 섬을 움직이는 일이다. 섬을 조금씩 대양을 향해 밀어내는 일이다. 누구도 괴혈병에 걸릴 위험이 없고 태풍에 휩쓸려도 안전하게 뭍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단단하지만 노가 달린 것처럼 움직이는 대지를 다져놓는 일이다.

 


여행 매거진 BRICKS 일본 특집호 : https://issuu.com/magazinebricks/docs/bricks_japan

여행 매거진 BRICKS 겨울 특집호 : https://issuu.com/magazinebricks/docs/bricks_winter

여행 매거진 BRICKS 취중유람 특집호 : https://issuu.com/magazinebricks/docs/bricks_pubexp



여행 매거진 BRICKS는 현재 웹진 형태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브런치의 '매거진 BRICKS Life'에는 정규 호에 싣지 못한 편집자의 이야기, 여행과 무관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 가끔은 인터뷰 비슷한 사는 이야기를 올려보고자 합니다.




글 베르고트

여행 매거진 브릭스BRICKS의 에디터.

https://brunch.co.kr/@bergotte


매거진의 이전글 홍콩의 얼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