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Aug 01. 2017

바비큐의 계절

일본엔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바비큐를 즐기는 문화가 있다.

 나는 현재 도쿄도東京都 카츠시카구葛飾区에 살고 있다. 카나마치金町라는 동네인데, 도쿄의 도심이라 할 수 있는 신주쿠新宿에서 전철로 약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통근 시 항상 이용하는 JR카나마치역金町駅의 다음 정거장인 JR마츠도松戸역부터 치바현千葉県에 속하니, 도쿄 북동쪽의 변두리라 하면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카나마치 역.


 최근 일본에서 인지도가 꽤 높아진 도쿄이과대학東京理科大学이 위치해 있는 것 외에는 그다지 유명한 장소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 보이는 조용한 동네이지만, 집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미즈모토 공원水元公園이라는, 도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넓은 면적1)을 자랑하는 도립공원이 있다. 방문객들의 왕래가 적지는 않은 곳이다.


미즈모토 공원.


 그리고 여름.


 커다래진 태양이 뜨거운 입김을 마구 뱉어내기 시작하면, 크기에 비해 꽤 차분하고 조용한 미즈모토 공원도 왁자지껄 제법 소란스럽게 활기를 띠게 되는데, 다름 아닌 여름 유흥의 대표주자 바비큐 때문이다. 일본에선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바비큐장이 설치된 강변이나 공원 등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바비큐를 즐기는 것이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미즈모토공원이 바비큐 하기 좋은 장소로 손에 꼽히는 공원 중 하나이다.


 나도, 올해는 아니지만, 작년 이맘때쯤, 같이 살던 친구(남성, 한국인) P와, 그 며칠 전 도쿄 모처의 조용한 클럽에서 통성명을 하고 친해진 일본인 여성 친구 둘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미즈모토공원에서 즐겁게 바비큐를 해 먹었던 기억을, 지금껏 갖고 있다. 일본에서 7년 정도 한국음식점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던 P는 삼겹살 따위의 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준비해 온 것으로도 모자라 현란한 손놀림으로 숯불 위의 고기를 맛있게 굽고 있었고, 반대편의 우리는 맥주 캔을 부딪치며 P의 모범적인 행동을 격렬하게 응원하고 있었다.



 숯불의 화력 조절에 실패한 나머지 P와 각출하여 모처럼 장만한 철제 바비큐 스탠드에 불이 붙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같이 있던 친구들에겐 여차여차 준비한 깜짝 불꽃 쇼로 얼버무린 후, 남은 재료로 야키소바까지 만들어 깔끔하고 맛있게 마무리한 즐거운 하루였다.


 그리고 일 년 만에, 불에 활활 탄 자국이 선명한 바비큐 스탠드를 꺼내 철 수세미로 박박 닦고 있다. 친구 P가 다른 곳으로 떠나고 혼자 살기 시작한 나에게, 올여름 들어 아직 바비큐 제의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바비큐 도구라도 깨끗이 준비해 두면, 또 모를 일 아닌가, 누군가가 바비큐 함께하자는 연락을 해 올지.

그래서 두 시간이 넘도록 철 수세미를 붙들고,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1) 면적기준 도내 1위,  936,999㎡




글/사진(2, 3, 5, 6) 굔짱

국문학과를 다니는 내내 일본어를 공부하다 7년 전 도쿄로 떠나 은행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일본 여자를 만나 하루빨리 도쿄 가정을 이루고 싶지만, 이유를 모르겠네, 줄곧 미팅만 하고 있다.





여행 매거진 브릭스의 더 많은 글을 읽고 싶으시다면.

http://www.aller.co.kr/




매거진의 이전글 사보나, 이탈리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