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1
5월은 유난히 달력이 북적입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까지.
챙길 사람도 많고, 챙길 말도 많고, 통장은 얇아지죠.
생각해보면 '가정의 달'이라는 말에는 어딘가 허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가족이 있지만, 가족이라는 게 늘 쉬운 건 아니잖아요? 특히 매일 얼굴 보는 사이일수록 말투 하나, 숨소리 하나에도 티격태격
물론 서로 숨 참고 사는 건 아닐테지만요
그중 가장 가까운 가족이자, 가끔은 가장 먼 사이처럼 느껴지는 관계.
우리는 그걸 부부라고 부릅니다.
같이 사는데도 서로 모르는 게 많고, 같은 말을 하고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도 웃는 타이밍도 다릅니다. 분명히 같은 팀인데, 가끔은 룰도, 작전도, 심지어 경기 종목조차 다른, 결혼이란 이름의 협동 미션 게임은 생각보다 클리어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그만큼 보너스 스테이지도 있긴 해요.
아무 말 없이 같이 나눠먹는 야식, 누워서 동시에 '귀찮다...'라고 말하는 타이밍,
그리고 가끔은 동시에 터지는 웃음.
때로는 관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있던 것이 없어지고, 당연했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죠. 그러면 일상의 풍경은 같은데 느낌은 전혀 다른, 묘한 시간이 흐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우리는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합니다.
함께했던 시간, 나누었던 웃음, 혹은 미처 말하지 못한 진심까지.
매년 오는 기념일 카드처럼, 과거의 흔적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실이 우리 사이에 놓였을 때 그 관계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이쯤 되면 가끔 이런 생각도 하게됩니다.
이 관계,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시 할 수는 없나요?
시간을 되돌려 "다시 시작"버튼을 누를 수 있다면,
다시 사랑에 빠질까요, 아니면 더 빨리 '이별'을 선택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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