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대한 클로즈업, 목표라는 운동성
필름을 필사하다,《매거진 필사》
by.ossion
제2차 세계 대전이 온 세상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던 시기, 퐁텐느는 점점 사라져만 가는 세상의 빛을 지키기 위한 레지스탕스입니다. 하지만 그는 독일군에 의해 체포되어 감옥으로 이송하게 되죠. 영화는 99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퐁텐느의 탈옥의 순간에만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로베르 브레송 특유의 미학이 도드라지게 나타나죠.
브레송의 세계에서는 인물들의 감정이 항상 올곧은 정도를 유지합니다. 감정적인 폭발이 그의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차분한 정서를 뒤덮는 순간을 그 무엇보다 지양하며, 오로지 목표만을 위한 인물들의 운동을 클로즈업으로 다분하게 담아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보통 영화에서 클로즈업은 인물들의 감정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브레송의 클로즈업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브레송의 클로즈업은 인물의 얼굴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인물의 손동작, 걸음걸이 등 몸짓의 찰나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감독의 미학적 시선으로써 기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레송의 영화는 항상 정적인 동시에 동적이라는 인상이 남습니다. 감정은 없지만 행위의 목표가 도드라지는 그의 세계. 상충되는 두 개의 개념을 하나의 미학으로 결부하는 마법.
또한 클로즈업과 함께 브레송의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아이덴티티, 바로 사운드의 활용입니다. 브레송의 세계에서 음악은 거의 전무합니다. 하지만 피사체의 움직임이나 사물의 마찰 등에서 파생되는 사운드가 그 자리를 대신하죠. 이를테면 퐁텐느가 탈출 도구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긁어대는 사운드, 걸을 때의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몸짓의 사운드 등이 있겠죠.
목표를 향한 행위의 클로즈업과 사운드가 만나는 그 찰나의 압도감은 놀라운 서스펜스를 생성해 냅니다. 인물들 간의 갈등, 감정의 고조, 액션 그 어느 장르물을 위한 클리셰 하나 없이도 이토록 놀라운 서스펜스를 빚어내는 브레송의 연출은 <사형수 탈출하다>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또한 끝까지 삶에 대한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퐁텐느가 끝내 어떤 결과를 맞이했을 때의 그 감동까지. <사형수 탈출하다>는 그야말로 브레송의 모든 정수입니다.
삶을 살다 보면 문득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한때는 나도 이런 거창한 꿈이 있었는데, 막상 지금 처한 현실을 보면 그 꿈의 근처에도 오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절망할 때도 있죠. 하지만 퐁텐느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목표하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사형수 탈출하다>의 퐁텐느를 보며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을 얻어 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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