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 WRITER. 어니언씨
아이들 ‘TOMBOY’, 블랙핑크 ‘Shut Down’, 아이브 ‘After Like’부터 태양 ‘VIBE’까지. 네 노래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짐작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로 3분을 채 넘지 않는 짧은 노래라는 점이다. 아이돌 노래의 길이가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다.
2019 VS 2023
2019년 기사를 살펴보자. 제목은 ‘한 곡 평균 3분 49초… 요즘 노래 짧아진 건 스트리밍 때문?’이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1월 16일 멜론 TOP 100 차트 기준 한 곡의 평균 길이는 3분 6초이다. 무려 43초나 짧아졌다. 앞서 말한 2019년 기사에서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음원 시장이 유튜브나 사운드 클라우드로 넘어가며 노래는 더 짧아질 수도 있다” 현재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당시 기사에서는 K-POP 음악이 짧아지는 현상을 분석하며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음악 재생 수에 따라 저작권료를 지급하기에 노래 길이와 상관없이 스트리밍 건수에 따라 저작권료를 받는 창작자는 굳이 노래를 길게 제작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멜론, 벅스와 같은 대형 음원 사이트에서 1분 미리 듣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1분 안에 주요 멜로디와 후렴까지 넣는 방식으로 대중의 흥미를 끌어야 했기에 노래는 점점 짧아지게 된다.
현재는 어떠한 분석이 나올까? 많은 평론가가 대표적으로 뽑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숏폼의 대중화이다. 신곡 홍보에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른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의 부상은 노래의 각인 시간을 1분 미리 듣기보다도 빠른 수십 초로 줄게 만든다. 특히 아이돌 산업의 주 고객인 10∙20대가 디지털 환경 속 수많은 콘텐츠를 자주 접하고 쉽게 피로해 하는 만큼 짧으면 짧을수록 선호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대중의 입맛에 맞춰 빠르고, 강렬하게 대중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임팩트 있는 후렴부를 최대한 앞으로 당겨 간주와 전주를 줄이고 각종 변주와 자극을 중간중간 밀도 있게 채워 넣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요소가 들어간 곡이 탄생한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가 앞서 말한 아이브의 ‘After Like’이다. 노래 시작 후 불과 3초 만에 ‘또 모르지. 내 마음이 저 날씨처럼 바뀔지’하며 가사가 시작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F0B7HDiY-10
이와 더불어 집중해볼 만한 점은 아이돌 산업이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변화한 지 오래라는 점이다. 해외 로케이션은 기본, 국내외 유명 감독 제작 등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MV는 물론이고 유명 댄스 크루가 참여한 퍼포먼스 등, 현재 아이돌 산업은 오디오 산업이 아닌 비주얼 산업이다. 노래도 좋아야 하지만, 노래만 좋다고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단시간 안에 시각적으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노래는 짧지만, MV는 노래보다 길고 세계관으로 가득한 상황이 펼쳐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pSUydWEqKwE
뉴진스의 신곡 ‘Ditto’와 ‘OMG’를 봐도 그렇다. ‘Ditto’는 노래 길이가 3분 6초이지만 MV는 side A와 side B로 나눠져 각각 3분 51초, 4분 37초, 합쳐서 8분 28초로 노래보다 5분이나 더 길다. ‘OMG’도 마찬가지로 노래 길이가 3분 33초이지만, MV는 6분 34초이다. 뉴진스의 MV는 기존에 보던 MV들보다 길지만, 편집 방식이나 스토리텔링 등이 입맛을 자극해 한 번 더 아이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말하고 싶은 부분은 결국 뉴진스만의 상황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대중의 선호에 맞추기 위해 노래는 짧게 제작하더라도 세계관이나 시각적인 면을 위해서는 다른 콘텐츠를 길게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노래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존재가 생긴 것이다. 또한, 퍼포먼스 부분에 있어 짧은 노래는 유리하다. 이전보다 복잡하고 격해진 춤이 아이돌 퍼포먼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짧은 노래는 소화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반응은?
대중의 반응은 어떨까. 우선 ‘기승전결’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존재한다. 전주, 절, 브릿지, 후렴, 후주와 같은 모든 요소를 갖추고 순서대로 전개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완벽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노래 또한 기승전결로 짜임새 있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대중도 존재한다. 홍보를 위해, 대중의 입맛을 위해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노래를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참나. 이러다가 틱톡용 후렴만 발표하겠어’라는 반응도 이해가 간다.
에디터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최애 파트가 적어진다는 점이다. 만약 7명인 그룹에서 2분 40초 노래를 발매한다고 생각해보자. 공평하게 나눠도 22초에서 23초밖에 할당되지 않는다. 만약 3분 30초 노래를 발매한다면 30초가 할당된다. 최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7, 8초 정도 늘어난다. 7초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랑스러운 장면이 나올 수 있는지를 안다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개인별 직캠이 있기에 센터가 아니어도 최애를 볼 수 있지만, 귀로 듣는 최애 목소리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가. 7명이 넘어가는 다인원 그룹이라면 이러한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zTDVVvyL6tQ
반대 반응도 존재한다. 1시간 플레이리스트 안에 더 많은 곡을 넣을 수 있어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거나 길면 지루했는데 듣기 편하다 등 짧아진 노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사랑하는 최애 목소리로 길게 듣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다양한 노래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2분대 노래가 가득한 차트에서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작년 음악 시장을 강타한 ‘사건의 지평선’이다. ‘사건의 지평선’의 길이는 놀랍게도 5분이다. 하지만, 곡이 길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사람이 다수라는 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은 짧은 노래가 대다수인 아이돌 산업에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어떠한 트렌드나 유행도 영원하지 않다. 패션계에서 스키니진이 돌아오고 있는 것처럼 아이돌 노래도 짧아지다가 다시 길어지는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결국 답은 당연하게도 ‘좋은 노래’이다. 2분도 3분도, 그보다 더 긴 4, 5분도 상관없다. 대중의 취향, 숏폼과 같은 이유에 상관없이 좋은 곡은 ‘사건의 지평선’처럼 언제든지 사랑받을 수 있으니 아이돌 시장에서 굳이 노래의 길이를 한정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
[1] 한 곡 평균 3분49초... 요즘 노래 짧아진 건 스트리밍 때문?
https://www.yna.co.kr/view/AKR20190201078800797
[2] '2분대로 끊어라'... 갈수록 짧아지는 K팝 노래 길이
https://www.yna.co.kr/view/AKR20220916151000005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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