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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조건 자퇴, 학기당 교육비 최대 1,000만원, 그러나 데뷔 보장 없음. 지난 3월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복판에 문을 연 ‘SM 유니버스 학원(SMU)’을 지칭하는 말들이다. SMU는 SM엔터테인먼트와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Esteem), 대학 입시 학원 종로학원이 함께 만든 예술 교육기관으로 글로벌 아티스트와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 갈 대중문화예술인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전공으로는 프로듀싱, 보컬, 댄스, 모델, 연기가 있으며 모두 3년 과정이다. 매년 신입생으로 총 120명을 선발하며 그중 보컬 전공은 40명, 나머지 전공은 각각 20명을 정원으로 한다.
재원 중엔 입학 전에는 접할 수 없었던 현실적인 업계 이야기와 현역 아티스트 주최 특강을 들을 수 있고, 개인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수 있으며, 글로벌 아티스트 양성 취지의 해외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최고의 강사들을 멘토로 두어 그 어디서도 접할 수 없던 탄탄한 커리큘럼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SMU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아티스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이는 굉장히 좋은 선택지로 들린다.
그러나 SMU는 개원 전부터 현재까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학원을 다닌다고 해도 반드시 데뷔가 보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SMU는 말 그대로 아티스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학원’이지 연습생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 비용이 막대한 만큼 SMU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 또한 막대하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이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들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① 정규 교육의 부재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SMU에 입학하기 위해선 자퇴가 필수적이다. SMU의 공식 모집 요강에는 ‘자퇴’라는 단어가 포함되지는 않지만, 사실상 그렇다. SMU는 3년 재학 시 고등학교 학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학력 인정 기관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이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즉 학교에 재학 중이라면 아예 지원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학교를 자퇴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SMU에서는 고졸 검정고시 응시를 위한 교육을 제공한다. SM엔터테인먼트가 종로학원과 손을 잡은 이유다. SMU 재원생들은 매일 오전 3시간 동안 검정고시 수업을 듣는다. 학생이 희망한다면 추가적으로 수능을 위한 수업도 제공한다. 외국인 학생이라면 미국 검정고시인 GED와 미국 수능 SAT 준비를 도와준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이, 커리큘럼이 과연 정규 교육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특정 나이대에만 즐기고, 얻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있다. 학창시절이 그중 하나다. 자퇴를 한다는 것은 학창시절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학교는 일종의 소(小)사회다. 아이들은 학교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타인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법을 터득한다. SMU가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반복해서 언급하지만 SMU는 학원이다. 학교와 다르게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그러나 SMU를 입학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는 너무나도 막중하다. 이것이 SMU가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 중 하나다.
② 높아지는 문턱
SMU를 다님으로서 지불해야 하는 학비는 전공마다 다르다. 보컬 전공은 학기당 1,000만원이고, 그 이외의 전공들은 학기당 880만원이다. 전문적인 대중문화예술인이 되기 위해 3년간 지출해야 하는 학비만 최대 6,000만원인데, 여기에 연습복이나 식비, 교통비 등 부대 비용까지 합하면 그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학비가 높고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SMU에는 이와 같은 조건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은, 어느정도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많이 지원하고, 입학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SMU가 ‘아티스트’라는 직업의 문턱을 높인다는 것이다. SMU 내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오랜 기간 받은 아이들은 아무런 지식 또는 경험 없이 아티스트를 지망하는 아이들보다 우위에 서있을 수밖에 없다. 지망생 수준부터가 상향평준화 되어버리면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희망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많은 돈을 지불해가며 일정 수준의 경험과 지식을 갖춰야만 될 수 있는 것이 아티스트라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있어 불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SMU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위치하는 SMU의 특성상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재원에 어려움을 겪는다. SMU의 입학 조건 중엔 나이가 포함된다. 2023년 기준 국내외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만 지원이 가능하다. 이들은 모두 자취에 제한이 있는 미성년자다. SMU에 합격하고서도 자취에 어려움이 있는 지방 거주 미성년자들은 통학을 해야만 하는데, 이들에게 있어서는 이 또한 부담이다. 매일 오후 6시까지 정규 수업을 듣고, 정규 수업 이후 오후 9시까지 자습을 추가적으로 진행한 후 몇 시간씩 들여가며 귀가하는 것을 매주 5일간 반복한다는 것은 재원생뿐만 아니라 그들의 학부모에게도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학비부터 지역까지, 넘어야 하는 허들이 높다는 것.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지원부터가 부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이것 또한 SMU가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다.
SMU가 이러한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이들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티스트를 꿈으로 삼는 아이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이다. 글로벌 아티스트 양성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설립된 만큼, SMU가 학업과 꿈이 양립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겨 아티스트 지망생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이후 유사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래 본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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