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돌레 매거진 May 15. 2023

K-하이틴의 도래

I WRITER. 러트


  우리만의 키치한 자유를 외치는 아이브부터 자타공인 ‘하이틴의 정석’ 전소미까지, 혜성처럼 등장한 프롬퀸들의 모임은 케이팝 속 한 차례 하이틴 열풍을 일으켰다. 퀸카로 살아남을 것만 같은 여자 아이돌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하이틴 컨셉은 차츰 레드오션으로 자리잡는 듯했다. 그러나 청춘의 시대는 국가와 언어를 구분하지 않듯, 이른바 ‘K-하이틴’의 존재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최근 트렌드로 대두되는 ‘Y2K’ 기조를 1020세대 중심으로 옮겨와 K-POP 트렌드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K-하이틴 전략이 어떻게 적용되어 현재 K-POP 씬을 이끌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 보자.




90년대의 K-하이틴 ‘뉴진스 – Ditto’

Ⓒ NewJeans (뉴진스) ‘Ditto’ Official MV (side A)

  뉴진스 멤버 다니엘, 민지, 해린, 혜인, 하니 5명과 카메라맨 ‘반희수’는 같은 반 동급생으로, 희수가 카메라를 들면 5명이 출연하는 식이다. 전체적인 뮤직비디오 또한 카메라를 든 희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희수가 촬영한 영상 속 5명은 한국 교복을 입고, 생활복을 입고, 한국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타일마저 일률적이다. 한국 고등학생이라면 모두 겪었을 K-고교의 바이블을 보여주어 대중으로 하여금 높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 NewJeans (뉴진스) ‘Ditto’ Official MV (side A)

  사실 Ditto는 팬들을 향한 팬송으로, 가사 속 ‘너’는 팬들을 의미한다. 뮤직비디오에도 팬을 의미하는 인물이 나온다. 바로 카매라맨 ‘희수’. 빈티지 카메라를 통해 팬(희수)과 가수(뉴진스) 사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90년대 감성의 k-하이틴으로 팬덤이 느낄 아련함과 애틋함을 전한다. Ditto와 더불어 뉴진스의 감성을 잘 설명한 아이돌레 웹진을 추가로 첨부한다. https://www.magazineidole.com/post/ditto-뉴진스가-그려내는-겨울의-감성


  Hype boy부터 이어진 뉴진스 신드롬은 이전과는 다른 K-레트로를 통해 그 입지를 견고히 지켜냈다. Ditto를 향한 뜨거운 반응은 한국 뿐만 아니었다. 일본 오리콘 누적 재생 1억회를 돌파하며 해외 女가수 신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K-팝 걸그룹 최초로 스포티파이에서 3억 스트리밍을 보유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하며 국내외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았다.




대의 K-하이틴 트리플에스 AAA  Generation

Ⓒ 트리플에스(tripleS AAA) ‘Generation’ MV

  카메라를 둘러싸여 춤을 추고 있는 여학생들로 촬영이 시작된다. 학생들은 똑같은 기장의 검은 생머리, 그리고 교복이라기보단 수녀복에 가까운 차림을 하고 있다. 이는 아마 한국 특유의 유교적인 문화와 한국 고등학교의 규정을 위해 들어간 연출인 듯하다.


Ⓒ 트리플에스(tripleS AAA) ‘Generation’ MV

  학교를 탈출한 학생들은 누가봐도 Z세대스러운 행색을 보인다. 애슬레저 컨셉의 과감한 사복과 평범한 지하철역, 골목길과 같은 곳에서의 틱톡 촬영은 그야말로 요즘의 십대 그 자체를 보여준다.


  이렇듯 ‘Generation’은 K-하이틴의 현대를 다루며, 우리가 일상에서 직접 마주하는 고등학생의 양면을 보여주어 많은 대중의 공감과 선망을 동시에 끌어내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트리플에스 AAA 유닛의 과감함을 규정에 둘러쌓인 한국 고등학생의 깜찍한 일탈을 이용해 표현한 것이다.


타이틀 곡 'Generation'은 바로 그 세대, 어디를 가든 핸드폰을 놓지 않고 셀카, 틱톡을 사랑하는 지금의 소녀를 노래한다. 온라인상에서의 자아와 현실의 자아의 경계가 사라진 첫 번째 세대들의 놀이 방법을 음악과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 tripleS(트리플에스) Acid Angel from Asia <ACCESS> 앨범 소개


  위의 설명처럼 ‘너의 관심 시선 하트까지’, ‘나를 비춘 넌 Mirror’ 등과 같이 온라인 속 ‘나’와 관계를 가리키는 가사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트리플에스 AAA는 ‘이 꿈에서 우린 Generation’이라며 온라인 세계까지도 모두 우리 세대 그 자체라고 이야기한다. 한국 청소년의 모습을 통해 현재 세대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양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지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세계관 속 K-하이틴 빌리  EUNOIA 

Ⓒ Billlie ‘EUNOIA’ M/V

  빌리의 ‘EUNOIA’는 세계관의 색이 물씬 담겨 있다. ‘빌리’가 사라진 사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세계관을 가진 빌리는 이번 ‘EUNOIA’ 활동으로 실종된 날의 ‘빌리’를 표현했다고 한다. 샤이한 색감으로 표현된 뮤직비디오는 고등학생 특유의 수줍음과 수줍음에서 비롯된 미스테리함이 강조된 모습이다.


Ⓒ Billlie ‘EUNOIA’ M/V

  ‘EUNOIA’가 수록된 ‘the Billage of perception: chapter three’ 앨범 소개를 보면, ‘어른이 되어버리면 기억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아직 보고 있고 매일 발견해간다.’라고 말한다. 어른이 되어 많은 것을 잊고 무뎌지기 전, 우리가 가장 발랄했던 시기를 제일 공감하기 쉬운 K-하이틴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이것을 증명하듯, ‘EUNOIA’ MV는 빌리의 역대 뮤직비디오 중 멤버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주고 있다.


  또, 빌리의 ‘EUNOIA’는 앞선 두 뮤직비디오와 달리 초반부터 개성 있는 교복의 차림새이다. 세계관 서사를 위해 한국 고등학교의 빡빡한 규정을 표현하기보다는 고등학생의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춘 것을 알 수 있다. 7명의 멤버들은 함께 둥글게 모여 춤을 추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생기 넘치는 고등학생을 보여준다. 기존 활동에서는 미스테리, 이상한 나라, 락스타스러움을 표현했다면, 이번 ‘EUNOIA’는 180도 달라진 컨셉을 통해 빌리의 컨셉 소화력에는 한계가 없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수많은 아이돌이 론칭되는 K-POP 씬에서 틈새시장 찾기란 힘든 일이다. 세상에 나올 만한 컨셉은 전부 기성 아이돌이 선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하이틴 또한 그렇다. 그렇다면 K-하이틴이 주기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과거를 향한 선망과 그리움에서 찾았다. 우리는 음악을 통해 과거를 추억하고, 청춘을 대리만족한다. 서로가 그리워하고 선망하는 청춘의 모습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그 마음만은 같기에 다양한 세대의 청춘을 담은 컨셉이 계속해 나올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러한 가변성이 K-하이틴이 가진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청춘이라는 기반 하에 서로 다른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 K-하이틴이 꾸준히 새로울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다음 번에 돌아올 K-하이틴의 모습은 얼마나 큰 변화를 담고 있을지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 웹진: https://www.magazineidol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g/magazineidole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gazine_idole

- 트위터: https://twitter.com/magazineidole

-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IHwR_j8_biyRVLEDbHciaQ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